**블랙록(BlackRock)**의 최고 경영진은 토큰화를 초기 인터넷에 비견되는 금융 업계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아직은 전통 자산 클래스에 비해 극히 작은 비중에 그치지만,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EO **래리 핑크(Larry Fink)**와 COO **롭 골드스타인(Rob Goldstein)**은 월요일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산 소유권을 디지털 원장에 기록하는 토큰화가 효율성, 투명성, 접근성을 높여 금융을 현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복식부기 발명 이후로 원장이 이렇게 흥미로운 적은 없었다”고 적으며, 블록체인의 잠재적 영향력을 1977년 SWIFT가 은행 시스템을 혁신했던 사례에 직접적으로 비유했다.
운용 자산 13조 4천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는 현물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를 출시해 2024년 데뷔 이후 각각 약 606억 달러와 134억 달러의 순유입을 끌어모았다. 블랙록은 또한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운용되는 BUIDL 머니 마켓 펀드 등 자체 토큰화 상품을 내놓았으며, 해당 펀드는 23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이들의 공개적인 옹호는, 암호화폐 초기 개발 단계에서의 투기 열풍으로 인해 전통 금융권이 블록체인을 회의적으로 보던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금융 질서의 핵심 플레이어가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적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핑크와 골드스타인은 토큰화를 1970년대 핑크가 금융업에 입문했을 때부터 이어져 온 수십 년간의 기술 진화의 최신 단계로 묘사했다. 당시에는 전화로 주문을 넣고, 사설 운송업자를 통해 종이 증서를 주고받으며 거래를 결제했다. 은행 간 표준 전자 메시징 시스템을 도입한 SWIFT 등장으로 결제 시간은 수일에서 수분 단위로 줄었고, 이는 오늘날 밀리초 단위 체결 속도를 가능하게 한 토대를 마련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에 도입한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자 없이도 거래를 기록할 수 있는 공유 디지털 원장을 세상에 선보였다. 두 임원은 이 기술적 돌파구가 부동산부터 회사채까지 사실상 모든 자산을 독립적으로 검증 가능한 디지털 기록, 즉 토큰 형태로 존재하게 만드는 토큰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우리를 포함한 금융 업계가 이 거대한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핑크와 골드스타인은 인정했다. “토큰화는 암호화폐 붐과 뒤엉켜 있었고, 종종 투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통 금융은 과대광고 아래 숨어 있던 진짜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토큰화는 오늘날 시장을 지배하는 상장 주식과 채권을 넘어, 투자 가능한 자산의 세계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
두 사람은 토큰화의 핵심 장점으로 ▲거의 실시간 결제 가능성 ▲종이에 의존하던 비공개 시장 프로세스를 코드로 대체하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즉시 결제를 표준화하면 상대방 위험이 줄어들고, 비상장·사모 자산을 디지털화하면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와 함께 기존에는 유동성이 낮고 대규모로만 거래되던 자산을 더 잘게 나눠 더 넓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은 토큰화된 실물 자산 규모가 지난 20개월간 약 300% 성장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초기 도입의 상당 부분은 은행 접근성이 제한된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토큰화된 금융 인프라 구축을 주도할 최적의 위치에 있는 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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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요한가
핑크와 골드스타인은 토큰화를 1996년 인터넷에 비유했다. 당시 아마존의 연간 책 판매액은 1,600만 달러에 불과했고, 오늘날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빅 테크 기업 중 세 곳은 아직 창업조차 되지 않았었다. 이 비교는, 토큰화의 성장 경로가 선형(linear)이 아니라 기하급수적(exponential)일 것이라는 기대를 시사한다. 이들의 주장은 토큰화를 기존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핀테크, 퍼블릭 블록체인 등 “디지털 퍼스트 혁신 기업”과 전통 금융 기관을 이어주는 다리로 위치시킨다.
두 임원은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모든 자산 유형을 단일 디지털 지갑을 통해 사고 팔고 보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통 포트폴리오와 암호화폐 보유분이 분리돼 있는 현재 구조가 사라진다. 이런 통합은 수십 년간 점진적인 기술 개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았던 시장 인프라를 완전히 재구성하게 될 수 있다.
블랙록의 토큰화 수용은 ETF 시장에서의 압도적 위상을 고려할 때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이 회사의 비트코인 ETF인 IBIT는 341일 만에 700억 달러의 자산을 모으며 ETF 전체 가운데 22위 규모로 올라섰고, 연간 약 2억 4,5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더리움 ETF인 ETHA 역시 미국 ETH ETF 자금 흐름의 72.5%를 점유해, 규제된 디지털 자산 노출을 원하는 기관 수요를 입증했다.
다만 핑크와 골드스타인은 토큰화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틀을 만드는 대신 기존 규칙을 최신 환경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채권은 블록체인 위에 존재하더라도 여전히 채권”이라며, 명확한 투자자 보호, 강력한 상대방 위험 관리 기준, 견고한 디지털 신원 확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두 사람은 또한, 미국 기업들이 현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 여러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 리더십이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더 넓어진 시장 접근성과 보조를 맞추는 현대적 보호장치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토큰화는 “더 빨리, 그리고 더 안전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암호화폐 시장 측면에서, 블랙록의 공개적인 토큰화 지지는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투기 거래를 넘어 훨씬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음을 기존 금융권이 인정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23억 달러 규모의 BUIDL 펀드는 기관이 온체인 상품에 실제 자본을 투입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현물 암호화폐 ETF의 성공은 규제된 디지털 자산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재확인해 준다.
토큰화가 인터넷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행보는 이를 먼 미래의 가능성으로 치부하기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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