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텍사스 동부 스핀들탑에서 시추자들이 석유를 발견했을 때, 분출이 너무 거세서 우물을 막는 데 아홉 날이 걸렸다. 1년 안에 200개가 넘는 석유 회사가 인근에 들어섰다. 와일드캐터, 투기꾼, 석유업과 아무 관련 없던 사람들까지 어느새 석유업에 뛰어들었다. 진짜로 개방된 자원 시장이 태어날 때의 모습은 이렇다. 어수선하고, 붐비며, 외부인들로 가득하다.
이 세기의 나머지를 지난 세기의 석유처럼 규정하게 될 자원인 컴퓨트는 그런 출발을 맞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컴퓨트 칩을 “투자 가능한 자산군(investable asset class)”이라고 불렀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칩 제조사가 실리콘을 이야기하며, 보통 부동산이나 원자재, 금에 쓰이는 언어를 처음으로 가져다 쓴 것이다. 계기는 5,000억 달러 규모로 보도된 인프라 금융 계약이었다. GPU 용량을 은행들이 가격을 매기고, 구조화하고, 거래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일련의 초대형 딜들 가운데 최신 사례다.
석유와 비교하고 싶은 유혹은 크고, 업계 정점에 있는 사람들도 그 비유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차이가 하나 있다. 석유는 개방형 경제를 만들었다. 컴퓨트는 폐쇄형 경제를 만들고 있다.
20세기 미국 경제가 꽃핀 이유는 석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 개의 생산자가 경쟁했고, 그 경쟁을 둘러싸고 정제·유통·공구 제작·서비스 회사들이 함께 성장했다. 자원은 귀중했지만, 그 자원을 둘러싼 시장은 충분히 열려 있어서, 가치가 소수 기업에만 집중되지 않고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 초기 실리콘밸리도 같은 원칙 위에 서 있었다. 차고에 있는 두 사람도 IBM만큼이나 똑같은 칩과 부품을 쓸 수 있었고, 그 개방성이야말로 무(無)에서 전체 산업이 성장하도록 만든 힘이었다.
집주인에게만 임대하는 시장
컴퓨트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Microsoft, Google, Meta, Amazon은 2027년까지의 차세대 GPU 할당분 대부분을 확보해 두었다. 수년짜리 공급 계약, 칩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직접 지분 투자, 그리고 한 개의 칩도 출하되기 전에 전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재무제표에 올려 버리는 금융 구조를 통해서다. 이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용량을 미리 사 두며, 내일의 컴퓨트를 오늘 예약하고 있다.
이후 AI 연구소들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과의 독점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적인 접근권을 잠근다. 성장 단계의 AI 회사나 야심찬 연구팀이 GPU 사용 시간을 구하려고 나설 즈음이면, 괜찮은 용량은 이미 다 배정되어 있고, 남은 재고는 터무니없이 비싸며, 협상력은 전적으로 빅테크 편에 서 있다.
그 결과, 실리콘 자체는 실제로 부족하지 않은데도 전 세계 GPU 용량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 곳곳에서 놀고 있는, 기묘한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 용량을 효율적으로 풀(pool)하거나 재판매(re-sell)할 방법이 없다. 공급이 문제가 아니다. 빠져 있는 것은 ‘접근성’이다. 자금과 팀을 갖춘 스타트업조차도, “적절한” 클라우드 제공업체와의 관계가 없으면 필요한 GPU를 확보하지 못한다.
크립토는 이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크립토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패턴을 알아볼 것이다. 블록체인의 원래 약속은, 기존 기득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였다. 그러다 유동성이 몇몇 거래소에 집중되고, 개발이 몇몇 체인에만 몰리면서, 생태계는 처음에 바꾸겠다고 했던 금융 시스템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탈중앙화하겠다는 열망 속에서, 사람들은 탈중앙화가 목적지가 아니라 ‘도구’라는 점을 잊었다.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프로젝트였다. “이게 실제로 유용한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가? 이전보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권을 주고 있는가?”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탈중앙화되어서 이긴 것이 아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이 허용하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달러 표시 거래에 대한 접근을 제공해서 이겼다.
컴퓨트도 지금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탈중앙화 컴퓨트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분산된 GPU를 모아 실제로 쓸 수 있는 AI 인프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증명했다. 하지만 전 세계 AI 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접근성 문제를 풀려면, 그다음 단계로 더 나아가야 한다. web3 게이머가 굳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신경 쓰지 않듯이, 모델을 학습시키려는 창업자나, 대규모 추론을 돌리는 기업이 궁금해하는 건 단 하나다. “네 회사 네트워크가 어떤 구조든 상관없다. 내가 필요한 컴퓨트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감당 가능한 가격이며, 네 개 회사 중 하나와 수년짜리 계약을 맺지 않고도 쓸 수 있느냐?”
빠져 있는 레이어
잠긴 시장이 영원히 잠겨 있지는 않는다. 어떤 자원이든, 너무 소수에게 집중되면, incumbent들이 굳이 만들지 않았던 중개자(intermediary)가 언젠가는 나타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바로 그런 교정(corrective)이었다. 서버를 기업 지하실 밖으로 끌어내어, 누구나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것으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다시 집중으로 회귀했다. 소수의 회사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 대부분을 쥐고, 그 안의 GPU 배분은 공개 경쟁보다는 ‘관계’에 따라 이뤄진다.
지금 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실제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새로운 레이어의 회사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단순하다. 이미 존재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컴퓨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용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데이터센터에 놀고 있는 GPU든, 계약상으로는 묶여 있지만 실제로는 다 쓰지 못하는 용량이든 상관없다. 이 용량을, 문을 열기 위해 수년짜리 임대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더 넓은 시장에 라우팅해 주는 것이 목표다.
이들 가운데 가장 영리한 회사들은 크립토에서 배운다. 탈중앙화를 정체성(identity)으로 삼는 대신, 여러 공급원 가운데 하나로 취급하고, 신뢰성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중앙집중형 인프라와 섞는다. 중요한 것은 아키텍처가 아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컴퓨트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지 여부다.
접근이 열리면 무엇이 만들어지는가
잠긴 컴퓨트 시장의 진짜 비용은, 애초에 시작도 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치른다. 창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컴퓨트에 맞춰 로드맵을 짜야 할 때, 가장 강력한 기술적 선택보다는 조심스러운 선택이 이긴다. 그리고 조심성은 단백질 접힘이나 자율 시스템에서 다음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연구팀은 과학이 요구하는 실험이 아니라, 자신들이 확보한 GPU 시간에 맞춘 실험을 설계한다. 연산을 많이 먹는 야심 찬 아이디어 카테고리 전체가 아예 투자 대상에서 빠져 버리기도 한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트 비용이 회사를 목 조를 것이고, 시장은 그 전에 제품을 만져 볼 기회조차 못 얻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전의 모든 컴퓨팅 시대는, 누구에게 문을 열어주었는지로 기억된다. 메인프레임은 미니컴퓨터로, 미니컴퓨터는 PC로, PC는 클라우드로 자리를 내줬다. 각 전환은 ‘만들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혔다. 만약 AI 아래의 컴퓨트 레이어가 네 개의 소유자와, 나머지 모두가 세입자인 영구적인 위계로 굳어져 버린다면, 다음 세대의 중대한 AI 회사들은, 단지 “시작할 때 운 좋게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로 한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