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를 움직이는 모델의 지배 구조, 탈중앙화 AI가 다시 쓰고 있다

웹3를 움직이는 모델의 지배 구조, 탈중앙화 AI가 다시 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모델은 소수의 대형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이들이 가격을 정하고, 누구에게 접근 권한을 줄지 결정하며, 이용자 데이터로 학습한 모든 가중치와 파라미터를 독점 소유한다.

**센티언트(Sentient, SENT)**는 2026년 이러한 중앙집중형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출범했다. 센티언트는 기여자가 자신이 만든 모델에 대해 온체인으로 입증 가능한 지분을 보유하는 개방형 AI 플랫폼을 표방한다. 2026년 7월, SENT 토큰은 하루 만에 약 26% 급등하며 탈중앙화 AI 서사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음을 보여줬다.

센티언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점점 더 많은 프로토콜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방형 모델 소유권을 강제하고, 분산 학습을 조정하며, 누구나 연산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추론(inference) 마켓을 설계하고 있다. 이들 네트워크가 인센티브, 암호기술, 온체인 정산 구조 차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하는 것이, 실질적인 인프라와 단순한 유행어를 가르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다.

요약(TL;DR)

  • 탈중앙화 AI 네트워크는 블록체인으로 모델 소유권을 강제해, 학습이 끝난 뒤에도 기여자가 구조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 학습과 추론을 별도 레이어로 분리하고, 각 단계에서 데이터·연산 기여분을 온체인에 기록해 보상을 지급한다.
  • 영지식증명 등 암호학적 증명을 활용해 전체 모델을 다시 돌리지 않고도 추론 결과의 정직성을 검증한다.
  • 거버넌스 토큰을 통해 기여자들은 모델 업데이트, 수수료 구조, 접근 규칙 등 핵심 의사결정에 투표권을 행사한다.
  • 핵심 딜레마는 성능 대 검증가능성이다. 완전 온체인 추론은 여전히 중앙집중형 API보다 느리고 비싸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고 있다.

폐쇄형 AI가 개방형 네트워크에 구조적 문제를 만드는 이유

모든 대규모 AI 모델은 어딘가에서 나온 데이터로 학습된다. 이용자, 연구자,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생산하는 텍스트, 코드, 이미지가 그 원천이다. 지금의 중앙집중형 구조에서는 이 기여자들이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다. 모델을 학습시킨 기업이 대부분의 가치를 독식한다.

문제는 누적된다. 자신의 데이터가 아무런 대가 없이 흡수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우수한 기여자일수록 더 이상 공개적으로 데이터를 내놓지 않게 된다.

그 결과, 모델은 기업이 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에 의존하게 되고, 종종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이용약관을 근거로 웹 전체를 긁어 모으는 방식에 기대게 된다. 학습 파이프라인은 ‘협업’이 아니라 ‘수탈’ 구조로 변질된다.

탈중앙화 AI 네트워크는 전혀 다른 구조를 제안한다. 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기여자를 온체인에 등록하고, 이들이 제공한 데이터와 연산량을 검증 가능한 입력값으로 기록한다. 이후 모델 사용 수익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미리 명시된 규칙에 따라, GPU 한 시간이라도 투입한 기여자들에게 되돌아간다.

블록체인이 AI 연산을 대신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기여가 경제적으로 이성적인 선택이 되도록, 소유권 계약을 강제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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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 모델 소유권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나

탈중앙화 AI 네트워크에서의 모델 소유권은 단순히 ‘파일’을 소유하는 것과 다르다. 학습을 마친 AI 모델은 수십억 개의 부동소수점 수로 이뤄진 가중치 집합이며, 분산 노드에 나뉘어 저장된다. 이때 ‘모델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모델이 창출하는 수익의 일정 지분과 향후 개발 방향을 좌우할 거버넌스 권한을 온체인으로 보유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핵심 메커니즘은 모델의 최초 학습·배포 시점에 연동된 ‘민팅(minting) 이벤트’다. 새 모델이 네트워크에 처음 배포되면, 해당 모델에만 귀속되는 고정 공급량의 소유권 토큰이 발행된다.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연산·코드로 기여한 참여자는 기여도에 비례해 이 토큰을 배분받는다.

어떤 비율로 나눌지는 학습 시작 전 스마트 컨트랙트에 명시되며, 사후 변경은 불가능하다.

이후 누군가가 예측, 생성 텍스트, 임베딩 등 모델 추론을 이용할 때마다, 지불한 수수료는 추론을 실행한 인프라 제공자와 소유권 토큰 보유자에게 나뉘어 돌아간다. 분배 비율은 거버넌스로 정한다. 모델이 대규모로 쓰일수록 초기 기여자는 추가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로열티’에 준하는 수익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센티언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 프로젝트는 ‘센티언트 모델 핑거프린팅(Sentient Model Fingerprinting)’이라는 기능을 내세운다. 센티언트 플랫폼에서 학습된 각 모델에는 해당 버전과 추론 결과를 연결하는 암호학적 지문이 삽입된다.

이를 통해 누군가가 모델 가중치를 무단 복제해 소유권 수수료를 회피한 채 추론을 수행하는 ‘해적판’ 사용을 적발할 수 있다. 폐쇄형 가중치 환경에서는 사실상 증명이 불가능했던 영역이지만, 핑거프린트 덕분에 가중치를 공개하더라도 온체인 감사와 수익 집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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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레이어: 분산 학습과 추론 마켓

탈중앙화 AI 네트워크는 AI의 라이프사이클을 두 개의 경제 레이어로 나눈다. 참여자 구성이 다르고, 인센티브 구조와 기술 과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학습 레이어는 모델이 ‘배우는’ 단계다.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는 단일 기업이 자체 하드웨어에서 학습을 수행한다. 반면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는 수많은 기여자가 일부 연산을 분담해 학습을 진행한다.

난제는 조정(coordination)이다. 모든 참여자가 매 스텝마다 모델의 상태에 합의해야 하며, 이는 단순 자금 이체가 아니라 그래디언트 업데이트에 특화된 합의 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비텐서(Bittensor), 젠신(Gensyn) 같은 프로젝트는 각 참여자의 그래디언트 품질을 온체인에서 점수화하고, 이에 따라 보상을 분배하는 특수 프로토콜을 설계했다.

추론 레이어는 학습을 마친 모델이 최종 이용자에게 결과물을 내놓는 단계다. 추론은 학습과 달리 반복적이고, 지연시간에 민감하며, 상대적으로 검증이 용이하다. 이용자가 질의를 보내면 추론 제공자가 자신의 하드웨어에서 모델을 돌려 응답을 반환한다. 관건은, 이용자가 “실제 모델”을 돌렸는지, 더 저렴한 대체 모델로 속이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다.

여기서 ‘추론 마켓’이 작동한다. 여러 제공자가 동일 질의를 처리하겠다고 입찰한다. 최종 선정된 제공자는 모델을 실행한 뒤 결과와 함께 암호학적 증명을 제출한다. 다른 제공자는 무작위로 결과를 검증하는 ‘챌린지’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거짓 결과를 낸 제공자는 스테이킹한 담보를 잃고, 정직한 제공자는 수수료를 얻는다. 전체 네트워크가 매번 모든 결과를 다시 검증하지 않고도, 시장 구조를 통해 정합성을 유도하는 셈이다.

“추론 마켓은 예측시장 설계를 차용한다. 참여자는 자신의 출력값의 정확성에 자본을 거는 셈이며, 잘못된 출력은 지분 소각(slashed)을 통해 벌을 받는다. 이는 지분증명(PoS) 네트워크에서 악의적 밸리데이터를 제재하는 메커니즘과 사실상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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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을 다시 돌리지 않고 AI 결과를 검증하는 암호학적 증명

탈중앙화 AI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술 과제는 ‘검증’이다. 대형 언어모델을 한 번 돌리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첫 결과를 검산하기 위해 같은 연산을 한 번 더 수행하는 것은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검증 없이는 인센티브 구조가 붕괴한다. 제공자가 그럴듯해 보이는 응답만 던져놓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두 가지 접근법이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다.

**추론용 영지식증명(ZK Inference)**은 제공자가 특정 연산을 정확히 수행했다는 사실을, 모델 가중치를 노출하거나 검증자가 모델 전체를 다시 돌리지 않고도 수학적으로 증명하도록 해준다. 검증자는 증명만 확인하면 되므로, 추론 자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정당성을 점검할 수 있다. 모듈러스 랩스(Modulus Labs), ZKML 등은 소형 모델에서 이를 시연했지만, 700억 파라미터급 ‘프런티어 모델’에서는 여전히 증명 생성 부담이 상당하다. 대규모 모델에서 단일 추론을 위한 증명 생성에 수 분이 걸리는데, 정작 추론 자체는 밀리초면 끝나는 수준이다.

**옵티미스틱 실행과 사기 증명(fraud proof)**은 이더리움(Ethereum) (ETH)의 옵티미스틱 롤업 구조를 차용한다. 기본값은 “정상”이다. 결과는 곧바로 유효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사후 일정 시간 동안 누구나 레퍼런스 노드에서 같은 연산을 돌려 결과를 이의 제기할 수 있다. 이때 결과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 원 제공자는 스테이킹한 지분을 잃고, 이를 입증한 도전자에게 보상이 돌아간다.

이 방식은 대부분의 정직한 케이스에서 속도가 빠르지만,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지연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2026년 가동 중인 상당수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한다. 일상적인 질의는 옵티미스틱 방식으로 처리하되, 무작위로 선별한 일부 질의에 대해서만 영지식증명을 적용해 제공자의 정직성을 견제하는 식이다. 검증 비율은 거버넌스로 정하며, 증명 비용이 하락할수록 더 많은 요청을 직접 검증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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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토큰이 모델 개발에서 맡는 역할

탈중앙화 AI 네트워크의 거버넌스 토큰은 단순히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에 찬반을 표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모델의 경제적 가치를 좌우할 핵심 의사결정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한다. 예컨대, 다음 파인튜닝에 어떤 데이터셋을 사용해도 되는지, 어떤 수준의 안전 필터를 적용할지, 추론 수수료를 인프라와 소유권 토큰 보유자 간에 어떻게 나눌지, 가중치를 완전 공개할지 혹은 제한 공개로 둘지 등을 토큰 보유자가 결정한다.

이는 폐쇄형 AI와는 전혀 다른 권력 구조다. 중앙화 기업이 일방적으로 룰을 정하는 대신, 데이터와 연산으로 모델을 키운 참여자가 수익과 거버넌스에서 실질적인 지분을 행사하는 구조로, 웹3가 꿈꿔온 ‘개방형 AI 인프라’의 구체적인 구현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집중형 모델에서는 어떤 안전장치를 둘지 회사 내부의 세이프티 팀이 결정한다. 반면 탈중앙 네트워크에서는 이 같은 결정 권한이 토큰 보유자에게 분산돼 있고,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모델 성능 극대화를 중시하는 기여자는 특정 작업에서 성능을 떨어뜨리는 안전 제약에 반대 표를 던질 수 있다. 반대로 각국 규제를 중시하는 기여자는 자국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더 강한 필터링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네트워크가 채택한 해법은 ‘이중 거버넌스 구조’다. 토큰 보유자가 선출한 코어 카운슬(core council) 이 전체 투표를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민감한 안전 관련 결정을 맡는다. 수수료 구조, 수익 배분 같은 포괄적인 경제 파라미터는 충분한 검토 기간을 둔 전체 토큰 보유자 투표에 부친다. 이는 완전 온체인·완전 직선제 거버넌스가 낮은 참여율을 틈탄 공격과 막판 표 동원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Aave·Compound 등 다수 디파이 프로토콜이 취한 구조와 유사하다.

모델 거버넌스에는 AI 특유의 난점도 있다. 업데이트 이후 “이 모델이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초기 모델 학습에 기여한 참여자는 그 모델의 가치를 반영한 토큰을 들고 있다. 그런데 거버넌스 투표로 대규모 파인튜닝이 승인돼 모델의 거동이 크게 달라진다면, 기존 토큰이 여전히 ‘동일한 자산’에 대한 청구권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프로토콜은 주요 버전마다 새 토큰을 발행하고 기존 보유자에게 새 버전 토큰을 비례 배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기업이 사업 부문을 분할(spin-off)할 때 기존 주주에게 신설 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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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여, 프라이버시, 그리고 연합 학습(federated training)의 난제

탈중앙 AI 네트워크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제공자가 민감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느냐다. 의료 기록, 금융 데이터, 개인 커뮤니케이션 로그는 특화 AI 모델에 가장 가치 있는 학습 자산이지만, 이런 데이터를 그대로 네트워크에 올리면 심각한 프라이버시·규제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는 개념이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이다. 원천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보내는 대신, 각 기여자는 자기 데이터로 로컬 환경에서 모델을 학습시키고, 모델 가중치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수학적 방향인 ‘그래디언트’만 네트워크에 전송한다. 네트워크는 다수의 기여자로부터 받은 그래디언트를 집계해 모델을 업데이트하지만, 원천 데이터는 끝내 보지 않는다. 모델은 민감 데이터로부터 성능을 끌어올리면서도, 데이터 자체는 기여자 통제 범위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이 연합 학습 과정에서 조정과 정산을 맡는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각 학습 라운드에 어떤 기여자가 그래디언트를 제출했는지 기록하고, 온체인 평가 함수로 각 그래디언트의 품질과 유용성을 점수화한 뒤, 그에 따라 보상을 분배한다. 이 평가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기여자가 무작위 그래디언트를 제출하고도 성실한 계산을 한 것처럼 보상을 챙기는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FedML과 Sentient 자체 프레임워크 등은 암호학적 커밋먼트와 지연 공개(delayed reveal) 메커니즘을 활용해 이런 행위를 적발한다. 먼저 각 기여자가 자신의 그래디언트를 커밋(봉인)한 뒤, 다른 참여자의 제출 내용을 본 이후에는 이를 바꿀 수 없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에 차등 프라이버시(differential privacy) 가 덧입혀져, 공개된 모델 가중치로부터 개별 학습 데이터 포인트를 역추론할 수 없다는 수학적 보장을 추가한다. 모델이 어떤 개인 데이터에 대해 얼마나 정보를 새어 나가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프라이버시 버짓(privacy budget)’ 역시 거버넌스 파라미터다. 토큰 보유자는 모델 효용과 데이터 제공자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에서 어느 지점에 균형점을 둘지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연합 학습과 차등 프라이버시의 결합은 탈중앙 AI 네트워크에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공한다. 기여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결코 내어주지 않는다. 네트워크는 그 데이터를 결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델은 그 데이터 덕분에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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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가 탈중앙 AI 네트워크의 실질 수혜자인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2026년 현재 누가 이 기술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지 아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기술은 오늘 기준으로도 특정 영역에서는 분명히 유용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비현실적이다.

가장 즉각적인 수혜자는 독립 AI 연구자와 오픈소스 기여자다. 이들은 신뢰하는 모델에 학습 연산(컴퓨트)이나 정제된 데이터셋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온체인에 증명 가능한 지분과 추후 모델 사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수 있다. LLaMA 파생 모델처럼 기존 오픈소스 모델에 기여할 경우 평판은 쌓이지만, 모델이 상업화돼도 경제적 보상은 거의 돌아오지 않는 구조와 대조적이다.

독점 데이터와 규제 컴플라이언스 요구가 강한 기업도 연합 학습 기반 구조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특정 의료 AI 모델을 원하지만, 환자 데이터를 중앙화된 외부 사업자에게 넘길 수 없는 병원 그룹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연합·탈중앙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데이터를 온프레미스에 둔 채 모델 학습에는 참여할 수 있다. 온체인 소유권 기록은 규제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감사 트레일을 그대로 제공한다.

디파이 프로토콜과 웹3 애플리케이션 에게는 중단·검열될 수 없는 AI 추론 인프라가 필요하다. 현실 세계 이벤트 데이터를 처리해 예측시장에 반영하는 AI를 쓴다면, 운영 도중 중앙 API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API를 중단해버리는 상황은 치명적이다. 탈중앙 추론 마켓은 여러 제공자가 경쟁적으로 쿼리를 처리하는 구조를 통해, 중앙화 API가 구조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중단 내성·검열 저항성을 확보한다.

가장 애매한 위치에 놓인 쪽은 리테일 토큰 보유자다. 거버넌스 토큰을 들고 있으면 의결권과 수수료 수익 노출을 얻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려면 직접 참여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 보유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에 비해 사실상 희석되는 구조다. 디파이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과 마찬가지로, 이 토큰이 제공하는 경제적 업사이드는 실재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노동’을 겸한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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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과 검증 가능성 사이의 진짜 트레이드오프

탈중앙 AI를 논하면서, 이 기술이 아직 부족한 지점에 대해 솔직히 짚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핵심 긴장은 구조적이다. AI 연산을 더 잘 ‘검증 가능’하게 만들수록, 연산은 더 느리고 비싸진다.

중앙화 API인 OpenAI GPT-5는 일반적인 질의에 대해 약 500밀리초 수준의 응답 지연(latency)을 보인다. 2026년 기준으로 동급 규모 모델에 대해 완전 제로지식 증명(zk)을 적용한 검증 가능한 추론을 수행하면, 하드웨어·증명 시스템에 따라 30초에서 수 분이 걸린다. 실시간 트레이딩 시그널, 실시간 콘텐츠 모더레이션, 인터랙티브 챗봇처럼 지연에 민감한 애플리케이션에는 여전히 치명적인 격차다.

낙관적 실행(optimistic execution) 접근법은 이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인다. 낙관적 추론에서는 최초 응답 지연이 중앙화 API와 거의 동일 수준이다. 대신 대가로 ‘파이널리티 지연’이 붙는다. 애플리케이션은 결과를 최종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기 전에, 이의 제기(챌린지)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웹3 용도에서는 수 분 정도의 챌린지 윈도우가 수용 가능한 수준이지만, 초실시간성을 요구하는 서비스에는 여전히 맞지 않는다.

비용 측면 비교는 좀 더 긍정적이다. 중앙화 API 사업자는 최첨단 모델 접근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높은 프리미엄을 부과한다. 반면 다수의 제공자가 쿼리 실행을 두고 입찰하는 경쟁적 추론 마켓에서는 가격이 한계비용 근처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Akash Network 의 AI 컴퓨트 상품 등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탈중앙 GPU 마켓을 통해 공급되는 범용 GPU 연산은, 최전선(capability frontier)급이 아닌 모델 기준으로 동급 중앙화 API 대비 30~60% 저렴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리하자면, 탈중앙 AI 네트워크는 오늘 시점에서 ‘지연 허용 범위가 넓고, 프라이버시 민감도가 높으며, 검열 저항성이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는 충분히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이다. 반대로, 초저지연·최전선급 성능이 필수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중앙화 사업자가 구조적 우위를 가진다. 증명 생성 하드웨어와 zkML 연구의 궤적을 보면 이 격차는 계속 좁혀지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 완전한 역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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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탈중앙 AI 네트워크의 목표는 프런티어 모델을 돌리는 GPU 클러스터를 그대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이 구축하려 하는 것은, AI 개발 위에 얹히는 ‘경제·법적 레이어’다. 자발적 기여를 경제적으로 합리적으로 만들고, 개방형 소유권을 온체인으로 집행 가능하게 만들며, 추론에서 발생하는 수익 흐름을 감사 가능한 형태로 남기는 층이다. 블록체인은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자산 등기부이자 정산 레이어에 가깝다.

2026년 7월 Sentient 토큰의 급등은, 개방형 AI 개발이 자본력으로 무장한 폐쇄형 경쟁자들과 공존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온체인 모델 핑거프린팅, 암호학적 검증을 결합한 추론 마켓, 차등 프라이버시를 얹은 연합 학습 등은 이론 속 청사진이 아니다. 이미 실운영 네트워크 위에서 돌아가고 있으며, 오늘도 그 기여자들에게 실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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