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업계 사람 10명에게 “에이전트 트레이딩 플랫폼이 뭐냐”고 물으면 답은 세 가지로 갈린다.
누구는 실돈을 걸고 언어모델끼리 수익률을 겨루는 리더보드를 떠올린다. 누구는 당신이 자는 동안 스테이블코인을 대출 마켓 사이에서 굴려주는 ‘수익 볼트’를 말한다. 또 누구는 챗봇을 하나 붙여 누구나 토큰을 발행하고 그걸 ‘에이전트’라고 부르는 론치패드를 떠올린다.
이건 애초에 서로 다른 비즈니스다. 리스크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에이전트”라는 한 단어가 그 차이를 다 덮어버린다. 진짜로 비교해야 하는 건 누가 더 높은 수익률을 광고하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작동하는 동안 키를 누가 쥐고 있느냐다.
아무도 액자에 넣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 점검
이 영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실험부터 보자. Nof1의 Alpha Arena는 최전선에 있는 6개 모델에 각각 1만달러씩 실거래 자금을 맡기고, Hyperliquid에서 동일한 프롬프트·데이터 조건으로 크립토 퍼페추얼(무기한 선물)을 거래하도록 했다. 기간은 약 2주였다. 결과는 알리바바의 Qwen3 Max가 +22.3%, DeepSeek Chat V3.1이 +4.89%로 플러스 수익을 냈다.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였다. Claude Sonnet 4.5는 -30.81%, Grok 4는 -45.3%, Gemini 2.5 Pro는 -56.71%, GPT-5는 -62.66% 손실을 기록했다.
순위보다 중요한 건 그 이면의 행동 패턴이다. 승률은 모든 모델이 25~30% 구간에 몰렸다. 거래 수를 보면 Gemini는 238건을 찍은 반면 Claude는 38건에 그쳤다. 수수료도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수익을 낸 Qwen조차 수수료로만 1654달러를 냈다. Nof1의 Jay Azhang은 이후 이 세팅이 일부러 가혹하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모델에 제한된 컨텍스트 윈도우로 숫자 시계열만 던져준 것이다.
2주는 한 시장에서 한 번 지나가는 경로일 뿐이다. 지속적인 ‘실력’을 증명하진 못한다. 다만 모델 간 격차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플랫폼이 특정 에이전트의 “최근 수익률”만 들고 나와봤자 실질적으로 알려주는 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드러난다.
늘어나는 ‘아레나’, 뚜렷해지는 트레이드오프
벤치마크 코너는 그 사이 더 커졌다. TradeRank는 16개 최전선 모델을 대상으로 롤링 시즌제를 운영 중이며, 9번째 시즌은 9월 12일 개막했다. 각 모델은 10개 주요 크립토와 50개 미국 대형주를 대상으로 1만달러씩을 운용하고, 모든 거래와 모든 ‘사고 과정’을 공개한다.
2주짜리 실험보다 훨씬 나은 표본이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자금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점이다. 실거래가 아니니 슬리피지도 없고, 유동성이 말라붙은 포지션을 던져야 할 일도 없다. Alpha Arena의 숫자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실돈이었기 때문이다. TradeRank는 반대로, 실돈이 아니기에 더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어떤 플랫폼이 “아레나 성과”를 내세운다면, 그게 실거래인지 모의거래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돈은 실제로 어디에 있었나
이 카테고리에서 가장 솔직한 사례 연구는 이미 문을 닫은 프로젝트다. Giza의 ARMA 에이전트는 Aave, Morpho, Compound, Moonwell에 걸쳐 스테이블코인 이자 전략을 자동화했고, 운용 자산은 최대 약 485만달러까지 불어났다. Giza는 2026년 2월 ARMA 종료를 발표하며 이용자들에게 한 달의 정리 기간을 주었고, 3월 26일 모든 자금을 지갑으로 돌려주고 종료 수수료 없이 문을 닫았다. 후속 에이전트가 6월 기준 온체인에 쥔 잔고는 약 1만4천달러 수준이었다.
이 건은 양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프로젝트를 이처럼 깔끔하게 정리한 경우는 드물다. 그 점은 분명 플러스다. 동시에 실제 수요가 얼마나 얇았는지, 그 민낯도 보여준다. 수십억달러 단위를 입에 올리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소비자용 에이전트조차 피크 자산은 500만달러에도 못 미쳤다.
진짜 갈라놓는 질문은 ‘수익률’이 아니다
수익률 비교를 내려놓으면, 핵심 축은 수탁 구조로 옮겨간다. 요즘 소비자 대상 에이전트의 다수는 비(非)수탁 구조를 채택해, 자금이 플랫폼 재무제표가 아니라 이용자 지갑이나 이용자 명의 스마트 어카운트에 머문다. Neyro, HyperAgent, Kora, Almanak, Polystrat 등이 이 방식이다.
조금 더 미세한 차이는 에이전트에게 어떤 권한을 쥐여주는가에 있다. HyperAgent는 출금 권한이 전혀 없는 ‘트레이드 전용’ API 키로만 작동한다. 최악의 경우 손실 거래는 날 수 있어도, 지갑이 통째로 털리지는 않는 구조다. 토큰에 광범위한 승인을 줘버리는 에이전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Numerai는 또 다른 변종이다. 기관 자본을 굴리는 헤지펀드이자 공개 토너먼트를 운영하는 곳이라, 리테일 이용자는 자기 돈을 거래하는 대신 모델을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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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에이전트가 뭘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작동하는 동안, 무엇까지 허용돼 있느냐”다.
아무도 ‘어디서’ 거래하는지는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에서 빠지기 쉬운 네 번째 축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이게 더 결과를 좌지우지한다. 에이전트는 어딘가에서 거래를 집행해야 하고, 그 거래 장소가 체결 속도와 자금을 누가 들고 있는지를 동시에 결정한다.
중앙화 거래소는 블록 컨펌을 기다릴 필요 없는 메모리 상 매칭, 깊은 호가창, 현·선·옵션을 한 곳에서 제공한다. 대가는 분명하다. 돈은 거래소가 쥔다. 거래를 시작하려면 KYC를 통과해야 하고, API 키에 부여된 출금 권한은 발급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디파이형(탈중앙) 거래소는 이를 정반대로 뒤집는다. 자금은 이용자 지갑에 머물고, 에이전트 키는 출금 권한 없이 스코프를 제한할 수 있으며, 지갑 연결 외 별도의 가입 절차가 없다. 대신 모든 주문이 온체인으로 올라가야 한다. 주요 퍼페추얼 DEX 기준으로 블록 커밋까지 대략 0.2~1.1초가 걸리고, 주문흐름은 전부 공개된다.
하루에 한 번 매매하는 전략이라면 이 차이는 소음에 가깝다. 움직임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전략에겐 이게 게임의 전부다. 그래서 많은 에이전트 상품이 스스로를 “온체인”이라 부르면서도 실제로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조용히 돌아간다.
Yellow가 만든 Yellow Pro는 이 둘의 선택지를 아예 없애겠다는 시도다. 그 밑단에는 ERC-7824 스테이트 채널을 활용한 클리어링 네트워크가 있다. 참여자는 담보를 스마트컨트랙트에 예치하고, 상대방과 채널을 연 뒤, 오프체인으로 부채 상태 업데이트를 교환하고 최종 순정산(net settlement)만 베이스 체인에 기록한다.
더블록(The Block)은 같은 설계를 “중앙화 거래소에 필적하는 처리량으로 하루 수십억 건의 오프체인 메시지를 다루는 구조”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 서비스 측면에서 Yellow가 내세우는 건 이렇다. 자금은 이용자 지갑에 머무는 셀프 커스터디, 에이전트는 출금 권한이 없는 이용자 서브어카운트 내에서만 작동, 1밀리초 미만의 체결 지연, 단일 커넥터로 현물과 퍼페추얼 모두 접근, 지갑 또는 구글 계정 기반 무(無)KYC 가입이다.
에이전트 연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5분 이내로 제시한다. 반면 거래소 경로는 KYC 심사, API 키 발급, 커넥터 연동까지 모두 거쳐야 한다.
이 제품 수치는 제3자 검증이 아닌 Yellow 자체 발표라는 점에서, 이 글이 다른 프로젝트들에 적용한 것과 같은 단서가 붙는다. 스테이트 채널 구조 자체는 문서화돼 있고 외부 보도도 있지만, 구체적인 지연 시간과 온보딩 속도는 회사의 주장이다. 상식적인 접근법은, 어느 플랫폼이든 중요 자금을 맡기기 전에 소액으로 직접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토큰 레이어는 완전히 다른 내기다
이 섹터에는 서사만 거래되는 영역도 있다. 첫 번째 에이전트 광풍을 만들었던 론치패드 Virtuals Protocol 가격은 2025년 1월 고점 대비 약 90% 빠졌다. 일일 수익은 2026년 4월 초 기준 102만달러 수준에서 500달러 미만으로 추락했다. FET는 91% 하락했고, 에이전트 관련 토큰 전체 시가총액은 2025년 말 100억달러 이상에서 약 29억2천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사용성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온체인 일일 활성 에이전트 수는 2026년 초 25만 개를 돌파하며 1년 새 약 4배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춘 500대 기업의 80%가 이미 에이전트를 운용 중이라고 본다. 채택은 늘었지만 토큰은 무너졌다. 에이전트 토큰을 산다는 건 “기술이 잘 작동하느냐”에 거는 베팅이 아니라, 그냥 토큰 가격에 거는 베팅일 뿐이다.
제대로 비교하는 네 가지 질문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네 가지 질문으로 걸러진다. 첫째, 에이전트가 당신 자금에 대해 가진 권한은 정확히 무엇인가. 출금이 가능한가. 둘째, 검증 가능한 기록이 있는가. 온체인 히스토리나 공개된 사고 과정이 아니라 스크린샷만 난무하는 건 아닌가. 셋째, 트랙 레코드는 얼마나 긴가. 조용한 분기 하나가 아니라, 진짜 나쁜 장을 통과한 이력이 있는가. 넷째, 팀이 프로젝트를 접으면 당신 돈엔 무슨 일이 생기는가. ARMA 사례가 보여줬듯 이 질문에는 좋은 답과 나쁜 답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질문들은 “에이전트가 돈을 벌어줄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 답을 당신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을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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