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2030년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대형 주택 법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없이 자동으로 법률로 확정됐다.
핵심 사항
- ‘21세기 주택으로 가는 ROAD 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상 10일 이내에 서명도 거부권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자동 발효됐다.
- 이 법은 2030년 12월 31일까지 연준의 CBDC 및 실질적으로 유사한 디지털 자산 발행을 전면 차단한다.
- 분석가들은 이번 대치가 올여름 상원 통과를 노리는 CLARITY 법안을 둘러싼 추가 정치적 충돌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CBDC 발행 금지, 법률로 확정
양당 합의로 마련된 ‘21세기 주택으로 가는 ROAD 법’은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기업형 임대인의 영향력 억제를 목표로 한 포괄적 패키지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서명도 거부권 행사도 하지 않은 채 10일이 경과함에 따라 금요일 밤 미 동부 시간 기준 오후 11시 59분 자동 발효됐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Mike Johnson)은 6월 29일 해당 법안을 백악관에 이송했다. 헌법에 따르면, 의회가 회기 중인 동안 대통령이 10일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은 서명 없이도 자동으로 법률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오전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게시글에서 “나는 주택 법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상원이 본인이 추진해온 대면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유권자 신원확인 법안인 ‘SAVE America Act’를 처리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택 법안은 상원에서 85대 5, 하원에서 358대 32라는 거부권 무력화 수준의 압도적 표 차로 통과됐다. 의회는 심의 과정에서 연준이 CBDC 또는 이에 실질적으로 유사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패키지에 포함시켰다. 이 제한은 2030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관련 기사: 찰스 호스킨슨, 카르다노 떠나나? “완전한 거짓” 일축
워런의 반응과 암호화폐 업계 이해관계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서명식을 잡았다가 돌연 취소했지만, 끝내 공식적인 거부권 행사 계획도 없었다고 확인했다. 법안을 지지해온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결국 법이 되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의 게시글에는 CBDC 관련 조항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암호화폐 기업들은 오랫동안 ‘디지털 달러’ 도입에 반대해왔고, 업계 우호 인사들은 CBDC가 정부의 금융 감시를 확대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잠식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연준 역시 CBDC 추진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왔으며, 발행 여부는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분석가들은 상원이 올여름 처리를 추진 중인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선거 관련 요구 사항을 서명과 연계할 경우 비슷한 방식의 교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져 온 CBDC 공방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연방 기관들에 디지털 달러 관련 모든 작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사실상 CBDC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같은 해 하원 공화당의 CBDC 반발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한때 좌초 위기로 몰아넣었으나, 결국 GENIUS 법안이 통과되면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번 주택 법은 CBDC 발행 금지를 ‘정책’이 아닌 ‘법률’로 못박으며, 2030년 말까지 연준의 디지털 달러 출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