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한 차입자가 블록체인 기반 대출 3,60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 대출은 모든 약정, 이전, 상환 일정이 온체인에 완벽히 기록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의 자산은 온체인에서 발생한 대출이었다. 문제는 차입자가 자신의 재무 상태를 허위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다. 원장 자체는 흠잡을 데 없이 정확했지만, 원장이 가리키는 대상, 즉 자산의 ‘기초적인 품질’과 그에 대한 온체인 투자자의 정보 투명성에 결함이 있었다.
토큰화된 프라이빗 크레디트는 이제 온체인에서 가장 큰 국채 이외 실물자산 카테고리로 성장했고, 약 140억 달러 가 이 레일을 통해 이동했다. 수익률은 8~12% 이상 수준이다. 수익률이 높고 결제 속도도 빠르다 보니 자본은 계속 유입된다. 그러나 이런 자본의 상당 부분은, 온체인에서 그 품질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고 검증도 불가능한 담보 위에 쌓여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훨씬 더 큰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토큰화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토큰화는 이전·결제·컴포저빌리티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거대한 성과다. 특히 자산 이전 시간은 며칠에서 몇 초로 줄었고,
중개인 없이 다른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다. 토큰은 기존 전통적 유동화가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신용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오랫동안 “그 자산이 보유자가 주장하는 만큼의 가치를 정말 가지고 있는가?”였다. 대출이 실제로 존재하고, 주장하는 심사 기준에 따라 실행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모든 서류와 수치가 일치하는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토큰화는 이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 ‘청구권’을 익명 당사자들 사이에서 더 빠르게 이동시킬 뿐이며, 그 청구가 틀렸을 때의 구제 수단은 거의 없다.
크립토는 전통 금융의 가장 약한 습관을 받아들였다
비슷한 문제는 전통 금융(tradfi)에서도 늘 존재했다. 그리고 그동안
크립토가 분명 많은 혁신을 제공했음에도, 익명성은 이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전통 금융에서는 제3의 검토자가 대출 파일을
검토하고 서명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한다. 이를 ‘인증(attestation)
레이어’라고 부른다. 인증에서는 감사인이 1년에 한 번 자산 풀을
확인하고, 신탁관리인이 사후에
수개월
이 지나 보고서를 발행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대금 정산을 하고,
모든 것이 보고된다.
이런 여러 겹의 사람들을 통해, 각자는 손으로 혹은 일부 자동화된 기술을 사용해 서류를 검토하고 거기에 대해 보증한다. 그럼에도 tradfi 의 한계는, 여러 사람으로 이뤄진 체인이 자산 파일을 수동으로 검토해 더 많은 오류와 더 긴 처리 시간, 그리고 “인증 체인 안의 인증은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이 실패하면, 투자자는 이미 상당한 손실을 본 이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가정이 아니다. 한때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오리진에이터 중 하나였던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2007년에 붕괴했을 때, 파산 조사관은 경영진이 수년 전부터 대출 품질이 악화되는 것을 알고도 발행을 계속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시점까지 이미 대부분의 대출은 다른 곳에 매각된 뒤였다. 딜러들은 방어돼 있었지만, 최종 투자자들은 아니었다.
크립토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 수많은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품질이 수동 인증에 의존하는 자산을 토큰에 싸서 “업그레이드”라고 부른 순간 실패했다. 그리고 동일한 신뢰 가정을, 단지 더 빠른 포장지 속에 재생산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증명은 가능하다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자산 업계는 아직 자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때의 중대한 함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수동적 프로세스를 계속하기보다는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단계가 있다.
대출을 하나의 정준(canonical) 기록으로 축약하면, 누구나 공개 정보에서 바로 재계산 할 수 있다. 심사 기준에 대한 적격성을 심사인의 서명 대신 암호학적 증명으로 입증하고, 차입자의 민감한 데이터는 노출하지 않은 채 할 수 있다. 풀의 구성을 고정(anchor)해 누구든 실제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검증 할 수 있게 한다. 보고서들을 서로 체인처럼 연결해, 지난달 수치의 변경이 내년이 아닌 이번 달에 포착되게 만든다.
서명된 PDF는 머신이 읽을 수 있는 기록 으로 대체된다. “누군가 확인했다”는 약속은, 그 사실을 실제로 입증하는 자격증명 으로 대체된다.
이 어느 것도 발행인을 신뢰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검증이 “이미 그 대상을 신뢰할 때만 작동한다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예의일 뿐이고, 우리는 이미 그 예의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보았다. 진짜 증명은, 그 증명을 게시한 사람을 믿지 않더라도 유효해야 한다. 완전한 타인이 공개 데이터만으로 결과를 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
증명이 가능한데도 왜 이렇게 많은 토큰화된 크레디트가 여전히
‘주장(assertion)’에 의존할까? 현실적으로, 더 느슨한 기준만으로도
자본을 모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높고 수요도 강하며,
투자자들은 충분히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위험을 높은 수익으로
보상받는다고 보고 검증되지 않은 담보에도 자금을 댄다. 더 느슨한
기준이 계속 통하는 동안에는, 더 까다로운 기준을 채택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 기준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게 된다.
이는 프라이빗 크레디트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 시장은 여전히 극도로 불투명 하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토큰화된 국채는 시장 전체가 이미 볼 수 있는 자산을 담고 있지만, 토큰화된 프라이빗 대출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결코 읽지 않을 파일을 담고 있다. 이런 유형의 자산은 스스로 증명 능력을 내장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는 드물다.
온체인에 있다는 것은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증명할 뿐, 그 자산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까지는 증명하지 않는다. 자산이 스스로 주장하는 내용을, 그 자체로, 그리고 누구에게든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전통 금융의 신뢰 모델을 계속 돌리면서, 마치 진화한 척 하고 있는 셈이다. 레일은 새로워졌지만, 여전히 구식 가정 위에서 작동한다. 이제 우리는 ‘주장’보다 더 나은 방식을 취할 수 있고,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