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배로 뛴 RWA 토큰화, 그러나 가치의 80%가 한 자산군에 쏠렸다

세 배로 뛴 RWA 토큰화, 그러나 가치의 80%가 한 자산군에 쏠렸다

온체인 실물자산(real-world assets, RWA) 시장의 겉보기는 화려하다. 2026년 중반 기준 유동화된 토큰화 자산 규모는 335억 달러로, 2025년 같은 시점의 약 118억 달러에서 사실상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프로토콜들은 로드맵을 갈아엎고 있다. 한때 암호화폐를 손사래 치던 자산운용사들마저 조용히 온보딩을 시작했다.

다만 이 숫자를 뜯어보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성장의 대부분은 단 하나의 자산군, 미국 국채 기반 상품에서 나왔다. 그 위에 깔린 인프라는 사실상 하나의 블록체인에 올라가 있다. 주식·부동산·프라이빗 크레딧까지 기관 규모로 확장할 수 있게 해줄 규제 틀은 아직 작성 중이다.

335억 달러라는 규모 자체는 ‘진짜’다.

하지만 그 숫자가 암시하는 분산 투자 효과는 사실상 착시에 가깝다.

요약(TL;DR)

  • 온체인 RWA 규모는 12개월 만에 335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지만, 이 중 약 80%는 미국 국채·현금성 상품에 쏠려 있다.
  • 이더리움이 토큰화 자산의 절대 다수를 호스팅하면서, 단일 체인 리스크가 과소 평가되고 있다.
  • 올해 미국·EU 규제 정비 결과에 따라 RWA 토큰화가 주식·프라이빗 크레딧까지 확장될지, 국채 대체 상품 수준에 머물지가 갈릴 전망이다.
  •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역대 어떤 토큰화 펀드보다 빠르게 5억 달러 AUM을 돌파하며, 기관 수요가 ‘존재하되 좁은’ 영역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 디파이 담보로서 RWA 활용은 늘고 있지만 구조적 미성숙 탓에, 금융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335억 달러, 이 숫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

연구기관과 데이터 플랫폼이 인용하는 335억 달러라는 온체인 RWA 규모는 산출 방식부터 따져봐야 한다. CryptoRank가 보도한 수치를 RWA.xyz, DefiLlama 등의 애그리게이터 데이터와 교차 검증한 결과, 이 숫자는 유동성이 확인되고 공개적으로 추적되는 토큰화 자산만을 집계한 값이다. 공시 인프라에 잡히지 않는 비유동·프라이빗 플레이스먼트는 제외되므로, 전 세계 토큰화 상품의 총 명목 잔액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섹터의 모멘텀을 가늠하려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차이다. 온체인 유동화 자산은 실제로 이전·디파이 담보 활용·프로토콜 내 상환이 가능한, 기능하는 인프라 위에 올라간 자산이다. 반면, 대형 금융사가 허가형 체인에 올려둔 비공개·준공개 토큰화 증권은 법적·기술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온체인 유동성이나 조합성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335억 달러라는 ‘유동’ 기준 수치는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최소 공통 분모다. 토큰화 자산 시장의 상단이 아니라, 디파이와 개방형 체인이 실제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하단(floor)에 가깝다.

RWA.xyz는 대시보드에서 70여 개가 넘는 개별 상품을 추적한다. 2025년 중반 약 118억 달러에서 2026년 7월 335억 달러로의 증가는 연간 184% 성장에 해당한다. 이는 같은 기간 디파이 TVL 반등 속도나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회복 속도를 모두 앞선다. 다만 이 가파른 성장의 거의 전부는 ‘정부 증권 토큰화’라는 단일 섹터에 의해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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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AR cryptocurrency logo with upward trending chart showing 2.1% price increase to $0.15, Shutterstock

미국 국채의 독주: 한 자산군이 섹터를 집어삼킨 구조

2026년 7월 기준, 미국 국채 및 현금성 상품(토큰화 T-빌, 초단기 국채 펀드, 머니마켓형 상품 등)은 RWA 전체 335억 달러 가운데 대략 260억~280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RWA.xyz의 상품별 데이터와 개별 발행사 공시를 종합한 결과다.

이 정도의 쏠림은 낙관론이 강조하는 RWA 내 ‘다각화’와는 거리가 멀다.

배경은 분명하다. 미 연준이 2026년 상반기 내내 기준금리를 4% 이상 유지하는 환경에서, 토큰화 국채 상품은 온체인 기준 4.5~5.2%의 금리를 제공했다. 신용 리스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고, 일부 상품은 전통 금융에서는 불가능한 24시간 상환을 포함해 ‘당일 유동성’을 내세웠다. Ondo Finance의 USDY·OUSG, Superstate의 USTB, BlackRock의 BUIDL 펀드가 지난 12개월 동안 이 섹터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2024년 3월 출시 후 몇 주 만에 운용자산(AUM) 5억 달러를 돌파했다. 토큰화 기관 펀드 가운데 해당 마일스톤을 가장 빠르게 달성한 사례다. 2026년 중반에는 17억 달러를 넘겼다.

이 집중 구조는 두 가지 구조적 취약성을 낳는다.

첫째,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토큰화 국채의 매력은 스테이블코인·디파이 예치 상품 대비 금세 희석된다. 그 순간 상환 압력이 단기간에 분출할 수 있다. 둘째, 섹터의 성장률 숫자가 다양한 실물자산의 ‘토큰화 확산’이 아니라, 사실상 단일 상품군에 대한 금리 민감 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로 변질될 수 있다.

토큰화의 ‘풀 스택’ 논리를 입증해야 할 부동산, 프라이빗 크레딧, 무역금융, 주식 등은 여전히 온체인 RWA 전체에서 한 자릿수 비중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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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집중도: 시장은 이더리움에 올라탔고, 이는 곧 리스크다

이더리움 (ETH)은 체인별 기준으로 전체 토큰화 RWA의 약 58~63%를 호스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DefiLlama의 RWA 브레이크다운과 Steakhouse Financial 온체인 분석을 교차한 결과다. 이더리움 쏠림은 기관의 높은 익숙함, 검증된 스마트컨트랙트 감사 생태계, 그리고 수년간 이더리움 네이티브 인프라를 구축해 온 커스터디·컴플라이언스 조직의 선호를 반영한다.

ERC-20 표준과 Coinbase Custody, BitGo, Anchorage Digital 등 기관급 커스터디가 결합하면서, 토큰화 상품 발행사는 가장 넓은 카운터파티 풀에 접근할 수 있다. 동시에 가스비, 네트워크 혼잡,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이 개별 프로토콜이 아니라 ‘RWA 섹터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큰 체인은 Stellar다. 이 체인은 특히 신흥국 국채 토큰화 등 정부·금융기관 대상 파일럿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호스팅하고 있다. PolygonAvalanche도 엔터프라이즈 중심 배포를 통해 뒤를 잇는다. Solana는 2026년 들어 의미 있는 트랙션을 쌓았지만, 전체 RWA TVL 비중은 디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따라잡지 못한 상태다.

RWA 호스팅에서 이더리움의 지배력은, 검증자 사고·치명적 스마트컨트랙트 익스플로잇·이더리움 인프라를 겨냥한 규제 조치 가운데 하나만 발생해도 온체인 RWA 유동성의 대부분이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프라 사업자들이 강조해온 ‘멀티체인 분산’ 논지는 아직 실제 배포 데이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발행사는 이더리움을 우선 선택하고, 기관 파트너가 요구할 때에만 보조 체인을 추가한다. Ondo FinanceFranklin Templeton은 자사 국채형 상품의 멀티체인 버전을 내놓았지만, 온체인 AUM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이더리움에 묶여 있다. 체인 분산은 현재로선 ‘비전’에 가깝지, ‘운영 현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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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다시 짜는 기관 플레이어들

수조 달러 자산을 굴리는 거대 운용사들이 토큰화 상품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경쟁 지형은 급변했다. BlackRock, Franklin Templeton, Fidelity, WisdomTree 등은 이미 토큰화 상품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들의 진출은 규제 신뢰도와 강력한 판매망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채·현금성 상품 영역에서 ‘승자독식’ 구도를 강화하고 있다.

Franklin Templeton의 FOBXX는 OnChain US Government Money Fund의 지분을 Stellar (XLM)Polygon (POL) 상에서 토큰화한 상품이다. 이 펀드는 2026년 중반 기준 AUM 4억5,000만 달러를 상회한다고 보고했다. 블록체인 기반 이체 대리인(transfer agent) 구조를 채택해, 토큰 보유자가 중개 계정이 아닌 온체인 상 직접 소유권을 가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술적 디테일처럼 보이지만, 컴플라이언스와 운영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다.

기관 플레이어는 막대한 AUM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소규모 디파이 네이티브 발행사가 따라가기 어려운 규제·내부통제 기준을 시장의 새로운 ‘기본값’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결과 달러 기준으로는 기관 상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조합성과 혁신성에서는 디파이 네이티브 상품이 우위를 유지하는 이원화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Ondo Finance는 디파이 조합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기관 유통망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거버넌스 토큰 ONDO와 OUSG 상품은 모두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의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어, MakerDAO(현재는 Sky)와 Aave 등에서 별도의 수동 승인 절차 없이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 기관 커스터디와 디파이 조합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이 ‘듀얼 트랙’ 구조가 중견 발행사들이 앞다퉈 모방하려는 아키텍처다.

한편 경쟁 압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관 플레이어들이 국채·현금성 영역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중소 발행사에게 남은 공간은 신용 리스크가 더 높은 프라이빗 크레딧·신흥국 부채·특수 상황(special situations) 등 ‘알파를 내야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이는 수익률 경쟁을 부추기는 동시에, 섹터 전체의 리스크 프로파일을 끌어올릴 위험도 안고 있다.


RWA 토큰화는 숫자만 보면 이미 하나의 거대 섹터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숫자 아래에는 미국 국채 편중, 이더리움 단일 체인 집중, 미완의 규제와 같은 구조적 불균형이 겹겹이 쌓여 있다. 향후 1~2년간 미국과 유럽의 규제 마무리, 금리 사이클 전환, 멀티체인 인프라 성숙도가 이 시장이 ‘국채 토큰화 펀드 집합소’를 넘어 진짜 의미의 실물자산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관 자금 유입은 수익률 스프레드를 빠르게 잠식했다. 2023년과 2024년 초까지만 해도 일부 토큰화 미 국채 상품은 온체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급 전통 상품 대비 10~20bp가량 웃도는 금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2026년 중반에 이르면 이런 프리미엄은 거의 사라졌다. 온체인 수익률은 이제 기초 자산의 금리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으며, 가치 제안의 초점도 ‘수익률 알파’에서 운영 효율로 이동했다. 24시간 365일 결제, 프로그래머블 전송 제한, 담보 이동성 같은 기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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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연동: ‘컴포저빌리티 논문’이 유동성 현실과 만났을 때

RWA 토큰화의 이론적 약속은 단순히 기존 커스터디를 블록체인 장부로 치환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보다 근본적인 논지는 ‘컴포저빌리티(조합 가능성)’다. 토큰화된 실물자산을 디파이 프로토콜의 담보로 편입해, 순수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이 아니라 실물 경제 가치를 담보로 하는 온체인 신용시장을 구축한다는 비전이다. 다만 실제 수치는 업계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담론보다 훨씬 겸손하다.

**메이커다오/스카이(MakerDAO/Sky)**는 RWA를 담보로 받아들이는 데 가장 공격적인 디파이 프로토콜이었다. 실물자산 볼트 한도는 2024년 30억달러를 웃도는 명목 규모까지 치솟았다가, 2025년 초 보다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했다.

2026년 중반 현재 스카이 볼트 내 RWA 담보 잔액은 약 18억달러 수준으로, 섹터 전체 규모에 비춰보면 여전히 의미 있는 비중이지만 피크 때보다는 줄어든 상태다.

**아베(Aave)**는 온도의 OUSG를 화이트리스트 담보 자산으로 편입했고, **모르포(Morpho)**는 토큰화 미 국채 풀을 통해 정부 채권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차입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2026년 7월 기준,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 전체를 통틀어 토큰화 RWA를 담보로 잡고 나간 대출 잔액은 20억달러를 밑돈다. 이는 업계가 주장하는 온체인 RWA 총액 335억달러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온체인 RWA 가치 335억달러와 디파이 담보로 실제 활용되는 20억달러 미만의 격차는 ‘심각한 미활용’ 문제를 드러낸다. 대부분의 토큰화 자산은 온체인 금융 활동에 적극 투입되기보다 수동적으로 보유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미활용 현상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의 화이트리스트 심사는 장기간이 걸리고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크다. 다수의 토큰화 RWA 상품은 전송 제한 조항을 안고 있어, 무허가형(퍼미션리스) 디파이 인프라와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여기에 토큰화 미 국채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 상당수는 추가 스마트컨트랙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디파이 담보로 묶기보다는, 단순 보유를 통한 이자 수익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컴포저빌리티 비전 자체는 유효하지만, 현실에서 구현되는 속도는 기술 역량이 아니라 규제·준법 요건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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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 아직 손대지 못한 최대 유망 시장

미 국채는 기관 자금이 처음으로 토큰화를 시도하는 자산군으로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였다. 유동성이 깊고, 표준화돼 있으며, 규제·준법 부서가 구조를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로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시장이 1조7천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프라이빗 크레딧(비상장 기업 직접 대출)이다. 온체인 프라이빗 크레딧 지표는 이제서야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파이 네이티브 프라이빗 크레딧 프로토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센트리퓨지(Centrifuge), 메이플 파이낸스(Maple Finance), 골드핀치(Goldfinch) 세 곳이다. 이들 세 프로토콜의 합산 운용 대출 잔액은 2026년 7월 기준 약 8억5천만달러로, 1년 전인 2025년 같은 시점의 약 4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집계된다.

이들 프로토콜은 매출채권, 무역금융, 직접 대출 등을 토큰화해 디파이 대출자에게 실물 신용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대신, 통상 8~14%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한다.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의 성장 속도는 RWA 전체 평균보다 빠르지만, 절대 규모를 놓고 보면 이 부문이 아직 겨우 초기 단계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온체인 전체 프라이빗 크레딧 잔액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0.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격차 뒤에는 구조적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에는 국가 간 대출 실행을 가능케 하는 법적 틀, 온체인 감사를 전제로 한 표준화된 심사·언더라이팅 체계, 그리고 채무 불이행 시 회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디파이 네이티브 환경에서는 이 세 요소 모두 아직 완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트레이더블(Tradable)**은 **해밀턴 레인(Hamilton Lane)**의 투자를 받은 토큰화 플랫폼으로,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에 보다 제도권에 가까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개별 대출이 아니라 펀드 구조 전체를 래핑함으로써 ‘발행·실행(오리진) 복잡성’을 상당 부분 우회하는 대신, 디파이식 컴포저빌리티는 희생하는 방식이다. **블랙록(BlackRock)**이 2025년 말 발표한 프라이빗 에쿼티 토큰화 프로젝트 역시 여전히 파일럿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무자들의 컨센서스는,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가 2028년까지 온체인 활성 대출 1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데 모아지지만, 그 길목에는 주요 관할권에서 아직 정립되지 않은 규제 명확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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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토큰화: 과대포장된 ‘대표 사례’, 가장 더딘 진전

RWA 토큰화 프레젠테이션에는 거의 예외 없이 부동산 사례가 첫 슬라이드에 등장한다. 상업용 빌딩이나 주거용 포트폴리오를 쪼개 토큰으로 만들고,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소액으로 나눠 갖는다는 서사는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온체인 데이터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2026년 중반 기준, 신뢰할 만한 집계를 모두 합쳐도 토큰화 부동산이 온체인 RWA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못 미친다. 가장 오랜 기간 운영돼 온 부동산 토큰화 플랫폼 **리얼티(RealT)**는 주로 디트로이트 등 미국 2선 시장의 주거용 부동산으로 구성된 약 1억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다.

토큰 보유자는 지분에 비례한 임대수익을 받고, 2차 시장에서 토큰을 거래할 수 있다. 소규모에서는 모델이 작동하지만, 제도권 부동산 시장으로의 확장은 아직 요원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 구조에 있다. 미국 대부분의 관할구에서 부동산 소유권 이전은 카운티 등기소, 법적 소유권 증서, 타이틀 보험을 전제로 이뤄지며, 이들 어느 것도 블록체인 상 토큰 이체를 유효한 소유권 이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토큰화 부동산’ 프로젝트에서 토큰은 대상 부동산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당 부동산을 보유한 LLC(유한책임회사)의 지분을 의미한다.

이 같은 법적 구조는 토큰의 양도성을 제약하고, 관할권 측면에서 복잡성을 키우며, LLC라는 법인 레이어를 통해 새로운 상대방 리스크를 만들어낸다.

오늘날 다수의 부동산 토큰화 상품은 실질 부동산을 토큰화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보유한 법인 지분을 토큰화할 뿐이다. 이 차이는 투자자 권리, 담보 실행 순위, 국경 간 집행 가능성에서 결정적인 함의를 갖는다.

엘리베이티드 리턴스(Elevated Returns) 등 여러 기관급 플랫폼이 상업용 부동산을 보다 대규모로 토큰화하려 시도했지만, SEC 규정 D(Reg D)에 따른 규제 준수 요건 탓에 결국 적격투자자에 한정된 사모 상품으로 귀결됐다. 부동산 토큰화의 서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개인 투자자 참여’는 제도권 구조 안에서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유럽연합(EU)의 MiCA 규제와 그 짝을 이루는 DLT 파일럿 레짐은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토큰화 증권을 위한 보다 구조화된 트랙을 제공하지만, 실제 도입은 아직 초기 수준이다. 부동산 토큰화는 2026년이 아니라 2028~2030년을 바라봐야 할 장기 과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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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아키텍처: ‘이번 분기’에 정해지는, 섹터의 상한선

2026년 RWA 토큰화의 스케일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기술도, 유동성도, 기관 수요도 아니다. 규제의 ‘마무리 작업’이다. 세 가지 대형 규제 프레임워크가 동시에 시행 단계에 들어가면서, 이들의 조합이 최소 2028년까지 이 섹터가 도달할 수 있는 시장 상한선을 사실상 결정짓게 된다.

미국에서는 SEC가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마련한 토큰화 증권 관련 제안 규정이 2026년 중반 현재 최종 의견 수렴 단계에 와 있다.

이 규정은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된 토큰화 증권이 현행 증권거래법(Exchange Act)상의 ‘커버드 시큐리티’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별도의 등록 체계를 요구하는 새로운 범주로 볼지를 규정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토큰화 주식 등 상품이 대규모로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될 수 있을지, 아니면 앞으로도 적격투자자 한정 예외조항에 묶여 있을지가 결정된다.

EU의 MiCA 규제는 2024년 12월 전면 발효를 통해 토큰화 전자화폐(e-money 토큰)와 자산연동토큰(ART)에 비교적 명확한 틀을 제공했지만, 전통 증권의 토큰화는 별도 트랙인 DLT 파일럿 레짐을 통해 다루고 있다.

2026년 7월 현재, DLT 파일럿 레짐 하에서 실제 발행된 증권은 15개도 채 되지 않는다. 상당수 유럽 발행사에게는 여전히 규제 준수의 복잡성이 운영 효율 개선 효과를 상회한다는 의미다.

2026년 말 전 최종안 공개가 예상되는 SEC의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규정은, 미국 RWA 토큰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단일 규제 이벤트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프레임워크가 채택될 경우, 향후 3년간 500억~1,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기관용 상품이 주소 가능한 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통화청(MAS)**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미국·EU보다 한층 유연한 토큰화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은 MAS와 주요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실험으로, 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한 토큰화 채권·펀드 이전을 입증해 보였다. 홍콩은 토큰화 그린…정부가 발행한 채권.

이들 아시아 규제 체계는 아직 글로벌 자본 흐름을 뒤흔들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미국·EU의 관련 프레임워크가 사실상 이들을 기준점으로 삼아 비교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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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지형: 상위 5개 플랫폼이 대부분의 AUM을 장악

온체인 RWA(실물자산)로 표시된 335억 달러 규모의 가치가 다양한 프로토콜에 고르게 분산돼 있는 것은 아니다.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상위 5개 발행사·플랫폼이 전체의 약 75~80%를 쥐고 있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고유한 시스템 리스크를 낳고, 이 분야의 장기적인 경쟁 구조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제3자 검증이 가능한 상품 중 AUM 기준 선두는 블랙록의 BUIDL로, 2026년 중반 17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Ondo 파이낸스가 OUSG와 USDY를 합산해 AUM 9억 달러에 근접해 있고, 프랭클린 템플턴의 FOBXX는 약 4억5천만 달러 수준이다. **슈퍼스테이트(Superstate)**와 **마운틴 프로토콜(Mountain Protocol)**이 합산 약 6억 달러로 톱5를 채운다. 이들 다섯 곳이 합쳐 36억 달러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섹터 전체는 335억 달러를 자처한다는 점은 나머지가 수많은 소규모 상품, 비공개 기관 전용 구조, 그리고 온체인 지표에 잘 잡히지 않는 크로스체인 래퍼(Wrapper) 형태로 흩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 금융사와 자본력이 탄탄한 프로토콜로의 집중은 탈중앙화 측면에서 여러 함의를 갖는다. 소규모 발행사들은 수익률, 규제·컴플라이언스 인프라, 기관 배분 채널을 동시에 갖추기 어려워 경쟁이 쉽지 않다. 2022~2023년 사이 자금을 조달한 Backed 파이낸스와 초기 Swarm 마켓 등 다수의 디파이(DeFi) 네이티브 토큰화 스타트업은, 결국 직접 상품을 찍어내기보다 B2B 인프라 제공사로 방향을 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체인 RWA AUM의 80%를 다섯 발행사가 쥐고 있는 구조에서는, 이 섹터의 건강성이 ‘퍼미션리스 혁신’이 아니라 이 다섯 주체의 전략과 컴플라이언스 선택에 구조적으로 연동될 수밖에 없다.

인프라 레이어는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다.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Tokeny 솔루션즈, 파이어블록스(Fireblocks) 등 토큰화 플랫폼들은 주요 발행사들이 활용하는 발행·수탁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특히 시큐리타이즈는 여러 대형 토큰화 펀드의 발행·공동 발행을 맡으며 사실상 규제·이전 대행 인프라의 ‘표준’ 역할로 부상했다. 2025년 **해밀턴 레인(Hamilton Lane)**의 토큰화 인프라 사업을 인수한 것도 핵심 흐름을 한 곳에 더 집중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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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금부터 필요한 것들

온체인 RWA 가치는 12개월 만에 118억 달러에서 335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기관 자금 유입·실질 금리 수요·토큰화 인프라의 운영 성숙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이 성장의 ‘구조’, 즉 미 재무부채(Treasury) 편중, 단일 체인 의존, 제한적인 디파이 활용, 미완성 규제 체계는, 리서치 하우스들이 2030년까지 10~16조 달러의 잠재 시장을 점치는 가운데 이 섹터가 반드시 넘어야 할 ‘천장’을 규정한다.

성장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꿀 요소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미국에서 소매 투자자도 접근 가능한 토큰화 증권 규제가 확정되면 수요 기반이 한 차원 넓어진다. 현재 의미 있는 대부분의 토큰화 상품은 적격·인증 투자자에게만 열려 있어 사실상 기관 자금에 수요가 갇혀 있다. 둘째, 이더리움과 솔라나 (SOL), 각종 프라이빗 체인 간에 커스터디 이동이나 재발행 없이 자산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표준화된 크로스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이 정착돼야 디파이 활용 폭이 커진다. 셋째, LLC 래퍼 구조가 아니라 토큰이 기초자산의 ‘직접 소유권’을 담을 수 있게 하는 법적 틀이 마련돼야 부동산·프라이빗 크레딧이 본격적으로 온체인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섹터가 팔짱을 끼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체인링크(Chainlink)**의 CCIP(Cross-Chain Interoperability Protocol)는 바로 이 크로스체인 이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토큰화 플랫폼에 실제 통합이 진행 중이다. 2023년 시범 운영된 DTCC의 토큰화 담보 네트워크(Tokenized Collateral Network)는 그 뒤 보다 넓은 기관 간 결제 테스트로 확장됐다. Swift의 블록체인 상호운용 실험은 기존 금융 메시징 인프라가 온체인 자산과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배관 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2026~2027년 RWA 성장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재무부채 중심의 또 한 번의 ‘세 배 성장’이 아니라 자산군의 저변 확대다. 특히 프라이빗 크레딧이 온체인 5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하고, 첫 의미 있는 토큰화 주식 상품이 규제 심사를 통과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중요한 것은 335억 달러라는 숫자 자체보다, 이게 어떤 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어디에 ‘연결’돼 있느냐다. 현재 온체인 RWA는 고도화된 온체인 머니마켓으로서 가치와 실체가 있으나, 이 섹터가 가장 야심 차게 그려온 ‘글로벌 자본시장의 프로그래머블 레이어’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 두 묘사 사이의 간극이, 다음 단계 성장과 다음 단계 리스크가 동시에 결정될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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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은 2026년에 이르러, 더는 가볍게 치부하기 어려운 임계점을 넘어섰다.

온체인에서 즉시 유동화 가능한 335억 달러. 1년 새 세 배에 가까운 성장률. 전통 시장에서 수십조 달러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들의 본격 참여. 이 모든 것은 이미 시장이 검증한 ‘팩트’다.

섹터는 실재한다.

아직 실재하지 않는 것은, 335억 달러가 ‘천장’이 아니라 ‘기초 공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다각화, 컴포저빌리티(조합 가능성), 규제의 완결성이다.

재무부채 편중, 단일 체인 의존, 토큰화 래퍼와 직접 자산 소유권 사이의 법적 간극은 사소한 주석이 아니다. 이들은 RWA 토큰화가 10년 말까지 1조 달러 규모로 도약할지, 아니면 ‘블록체인 장부를 붙인 기관용 머니마켓 업그레이드’ 수준에서 성장 곡선을 평평하게 만들지 결정할 구조적 제약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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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tuza Merchant

무르투자(Murtuza)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폭넓게 다뤄 온 경험 많은 금융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Benzinga와 Cointelegraph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기고해 왔으며, 신흥 트렌드와 규제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취재해 왔습니다. 트위터에서는 @murtuza_merc, 텔레그램에서는 mmerchant001 계정으로 그를 찾을 수 있습니다. Disclosure: Murtuza holds ATOM, AKT, TIA, INJ, and OS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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