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보면 화려하다. 2026년 중반 기준 온체인 실물자산(RWA) 유동화 가치는 335억 달러. 2025년 같은 시점 약 118억 달러에서 1년 만에 거의 3배로 뛰었다.
기관투자가들은 관련 상품 설명서를 제출하고 있고, 프로토콜들은 로드맵을 다시 짜는 중이다. 이전까지 암호화폐를 외면하던 전통 자산운용사들조차 조용히 온보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headline 숫자를 뜯어보면, 얘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성장의 대부분은 사실상 한 가지 자산군, 즉 미 국채 상품이 끌어올렸다. 그 기반 인프라는 사실상 한 개 블록체인에 올라타 있다. 주식·부동산·프라이빗 크레딧 등으로 시장을 본격 확장할 수 있게 해 줄 규제 틀은 아직도 작성 중이다.
335억 달러라는 규모 자체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숫자가 암시하는 ‘분산·다변화’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요약
- 온체인 RWA 가치는 12개월 만에 335억 달러로 3배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약 80%는 미 국채·현금성 상품이 차지한다.
- 이더리움에 토큰화 자산이 집중되면서, 업계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단일체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 2026년 미국과 EU의 규제 마무리 여부가 RWA 토큰화가 주식·프라이빗 크레딧으로 확장될지, 채권 대체재 수준에서 멈출지를 가를 전망이다.
- 블랙록의 BUIDL 펀드는 역대 어떤 토큰화 펀드보다 빠르게 설정액 5억 달러를 돌파하며, 기관 수요가 ‘크지만 편중돼 있음’을 보여줬다.
- 디파이에서 RWA를 담보로 활용하는 움직임은 확대 중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해, 전반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335억 달러, 그리고 이 숫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
연구기관과 데이터 플랫폼이 언급하는 ‘온체인 RWA 규모 335억 달러’라는 숫자는 산출 방식부터 따져봐야 한다. CryptoRank가 보도한 수치를 기반으로 RWA.xyz, DefiLlama 집계치를 교차 검증한 이 숫자는, 유동성이 있고 공공 데이터로 추적되는 토큰화 자산만 포함한다.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퍼블릭 트래킹 인프라에 등록되지 않은 비유동·사모성 토큰화 상품은 제외돼 있어, 전 세계 토큰화 계약의 총 명목 잔액은 실제로는 이보다 상당히 클 가능성이 크다.
이 구분은 섹터의 모멘텀을 보려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 온체인 유동 자산은 실제로 지갑 간 이전이 가능하고, 디파이 담보로 쓰이거나, 프로토콜 내에서 상환·환매가 이뤄지는 자산이다. 반면 다수의 은행·증권사가 허가형(퍼미션드) 체인 위에 올린 토큰화 증권들은 법적·기술적으로는 존재하더라도, 오픈 디파이 생태계 유동성이나 조합 가능성(composability)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335억 달러라는 유동 자산 수치는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가장 ‘동일 기준의’ 지표다. 토큰화 시장의 상한이 아니라, 디파이와 개방형 인프라가 실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최소 저변에 가깝다.
RWA.xyz 대시보드에는 70개가 넘는 개별 상품이 올라와 있다. 2025년 중반 약 118억 달러에서 2026년 7월 335억 달러로의 증가는 연간 184% 성장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디파이 TVL 회복 속도나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반등률보다도 빠르다. 다만 이 성장 속도의 거의 전부가 ‘토큰화 국채’라는 한 세그먼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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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의 절대군림: 한 자산군이 섹터를 집어삼킨 구조
2026년 7월 기준, 미 국채와 현금성 상품(토큰화 T-빌, 단기 국채 펀드, 머니마켓 유사 상품)이 전체 335억 달러 가운데 약 260억~280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RWA.xyz의 개별 상품 데이터와 발행사 공시를 합산한 결과다.
이 정도 집중도는 ‘성장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낙관적 서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동력은 명확하다. 미 연준이 2026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4% 이상 유지한 환경에서, 토큰화 국채 상품은 온체인 기준 4.5~5.2%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했다. 신용 리스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고, 전통 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당일·24시간 상환’ 기능까지 일부 상품이 내세우면서, 단순 스테이블코인 예치나 디파이 대출 대비 매력이 컸다. Ondo Finance의 USDY·OUSG, Superstate의 USTB, BlackRock의 BUIDL 펀드가 지난 12개월간 순유입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2024년 3월 론칭한 블랙록 BUIDL 펀드는 출시 수 주 만에 운용자산(AUM) 5억 달러를 돌파하며, 기관 대상 토큰화 펀드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 기록을 세웠다. 2026년 중반에는 17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집중도는 구조적 취약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낳는다.
첫째,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토큰화 국채가 스테이블코인·디파이 예치 대비 갖고 있던 수익률 우위가 빠르게 사라진다. 이때 환매·유출 압력이 단기간에 증폭될 수 있다. 둘째, 섹터 성장률이 여러 자산군의 토큰화 확산이 아니라, 사실상 ‘단일 상품 유형’에 대한 금리 민감 수요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가 된다.
‘토큰화의 정석’으로 제시돼온 부동산, 프라이빗 크레딧, 무역금융, 주식 등은 아직 온체인 RWA 전체에서 한 자릿수 비중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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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집중도: 시장을 떠받치는 이더리움, 동시에 리스크의 진원지
이더리움 (ETH)은 체인별 기준 전체 토큰화 RWA 가치의 약 58~63%를 호스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DefiLlama의 RWA 통계와 Steakhouse Financial 온체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수치다. 이더리움이 선택받는 배경에는 기관의 익숙함, 성숙한 스마트컨트랙트 감사 생태계, 그리고 다년간 쌓인 이더리움 네이티브 규제·준법 인프라가 있다.
ERC-20 표준과 Coinbase Custody, BitGo, Anchorage Digital 등 기관급 커스터디 서비스의 결합은, 토큰화 상품 발행사들이 가장 넓은 카운터파티 풀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동시에 이더리움의 가스비, 네트워크 혼잡,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은 개별 프로토콜이 아니라 RWA 섹터 전체에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 많은 RWA를 호스팅하는 체인은 **스텔라(Stellar)**다. 스텔라는 특히 이머징 마켓 국채 토큰화에서 여러 정부·금융기관 파일럿을 유치했다. 그 뒤를 폴리곤(Polygon), **아발란체(Avalanche)**가 잇고 있고, 엔터프라이즈용 배포 사례가 다수다. 솔라나(Solana) 역시 2026년 들어 의미 있는 성장을 보였지만, RWA TVL 비중만 놓고 보면 자체 디파이 시장 점유율에 비해 아직 작은 편이다.
RWA의 이더리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밸리데이터 사고, 치명적 스마트컨트랙트 해킹, 이더리움 인프라를 겨냥한 규제 조치 등 L1 차원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온체인 RWA 유동성의 대다수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인프라 제공업체들이 강조해온 ‘멀티체인 분산’ 스토리는 아직 실제 배포 데이터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발행사는 이더리움을 1순위로 택하고, 기관 고객이 명시적으로 요구할 때에만 보조 체인을 추가한다. Ondo Finance와 Franklin Templeton 모두 자사 국채 상품의 멀티체인 버전을 출시했지만, 온체인 AUM의 대부분은 여전히 이더리움에 묶여 있다. 체인 분산은 선언에 가깝지, 아직 운영 현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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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을 재편하는 대형 기관의 등장
수조 달러 규모 자산을 굴리는 매니저들이 토큰화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는 소형 발행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피델리티(Fidelity),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은 모두 액티브한 토큰화 상품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들의 등장은 규제 측면의 정당성과 강력한 판매 네트워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국채 인접 상품에서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한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FOBXX 펀드는 OnChain US Government Money Fund의 지분을 스텔라 (XLM)와 폴리곤 (POL)에 토큰화한 상품이다. 이 펀드는 2026년 중반 기준 운용자산이 4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블록체인 기반 이체 대리인(transfer agent)을 사용해, 토큰 보유자가 중간 계정망이 아닌 온체인에서 직접·검증 가능한 소유권을 갖도록 설계한 점도 특징이다. 기술적 디테일처럼 보이지만, 규제·운영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대형 기관은 막대한 AUM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소규모 디파이 네이티브 발행사가 따라가기 어려운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세운다. 그 결과, 달러 기준으로는 기관형 상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디파이 네이티브 상품은 조합 가능성·실험성 측면의 우위를 유지하는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Ondo Finance는 디파이 조합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기관 채널을 개척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ONDO 토큰 거버넌스와 OUSG 상품은 모두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어, MakerDAO(현 Sky)와 Aave 등에서 별도 심사 없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 기관 커스터디와 디파이 조합 가능성을 동시에 잡는 이 이중 구조는, 중견 발행사들이 앞다퉈 따라 하려는 ‘레퍼런스 아키텍처’가 됐다.
경쟁 압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관 자금 유입은 수익률 스프레드도 빠르게 잠식했다. 2023년과 2024년 초만 해도 일부 토큰화 미 국채 상품은 온체인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일 만기의 전통 상품 대비 10~20bp가량의 초과 금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2026년 중반 현재 이런 프리미엄은 사실상 사라졌다. 온체인 수익률은 기초 자산 금리와 거의 일대일로 연동되고 있으며, 가치 제안의 초점은 ‘수익률 알파’에서 ‘운영 효율’로 이동했다. 24시간/365일 결제, 프로그래머블한 이전 제한, 담보의 이동성(portability) 같은 기능적 이점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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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접목: ‘조합성’ 논지 vs 유동성의 현실
RWA 토큰화가 약속해온 가치는 단순히 전통 커스터디를 블록체인 장부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는다. 보다 근본적인 논지는 ‘조합성(composability)’이다. 토큰화된 실물자산이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담보로 쓰이며, 순수 크립토 네이티브 자산이 아닌 실물 경제 가치에 기반한 온체인 신용시장을 만든다는 비전이다. 다만 실제 데이터는 업계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겸손하다.
MakerDAO/Sky는 RWAs를 담보로 받아들이는 데 가장 공격적인 디파이 프로토콜이었다. 실물자산 볼트 배정 규모는 2024년 중 한때 명목 기준 30억달러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5년 초 이후 전략을 보다 보수적으로 전환했다.
2026년 중반 현재 Sky 볼트 내 RWA 담보 잔액은 약 18억달러 수준으로, 섹터 내 비중은 여전히 의미 있지만 피크 대비 후퇴한 상태다.
Aave는 Ondo의 OUSG를 화이트리스트 담보 자산으로 편입했고, Morpho는 토큰화된 미 국채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차입할 수 있는 풀을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2026년 7월 기준,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 전반에서 토큰화 RWA를 담보로 잡고 나가 있는 대출 잔액은 20억달러를 밑돈다. 업계가 주장하는 온체인 RWA 총액 335억달러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온체인 RWA 가치 335억달러와 디파이 담보로 실제 쓰이는 20억달러 미만의 격차는 ‘심각한 미활용 문제’를 드러낸다. 대부분의 토큰화 자산은 온체인 금융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입되기보다 정적으로 보유되고 있다.
이 같은 미활용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의 화이트리스트 심사 절차는 길고 컴플라이언스 요구 수준이 높다. 다수의 토큰화 RWA 상품에는 이전 제한이 붙어 있어, 무허가형(permissionless) 디파이 인프라와 호환되지 않는다. 또 토큰화 미 국채를 보유한 기관 투자자 다수는 추가적인 스마트컨트랙트 리스크를 부담하면서까지 디파이 담보로 얹기보다는, 단순 이자 수급을 위한 패시브 보유를 선호한다.
조합성 비전은 허상이 아니지만, 실현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규제·준법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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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 가장 큰 ‘미개척’ 시장
1차 토큰화 자금은 미 국채로 쏠렸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표준화돼 있으며, 컴플라이언스 팀이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는 비상장 기업 직접 대출로 이뤄지는 1조7천억달러 규모 글로벌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이다. 이 영역의 온체인 전개도 서서히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Centrifuge, Maple Finance, Goldfinch는 디파이 네이티브 프라이빗 크레딧 프로토콜 가운데 최대 규모 3곳이다. 이들은 2026년 7월 기준 약 8억5천만달러의 활성 대출 잔액을 보고했으며, 1년 전인 2025년 동기 약 4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들 프로토콜은 매출채권, 무역금융, 직접 대출채권 등을 토큰화해 디파이 대출자에게 8~14% 수준의 실물 신용 리스크 익스포저를 제공한다.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의 성장률은 RWA 전체 평균을 웃돌지만, 절대 규모를 보면 아직 애초 시장 잠재력과는 큰 간극이 있다. 전체 온체인 프라이빗 크레딧 잔액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의 0.05%에 못 미친다. 이 격차는 구조적 제약에서 비롯된다.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에는 국가 간 대출 발행을 뒷받침할 법적 프레임워크, 온체인에서 검증 가능한 표준화된 심사·언더라이팅, 채무 불이행 시 회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디파이 네이티브 문맥에서는 이들 과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Hamilton Lane이 후원하는 토큰화 플랫폼 Tradable은 보다 기관 친화적인 프라이빗 크레딧 토큰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개별 대출이 아닌 펀드 구조 자체를 토큰화해 발행 복잡도를 줄이는 대신, 조합성과 세분화를 일정 부분 희생하는 방식이다. **블랙록(BlackRock)**이 2025년 말 발표한 프라이빗 에쿼티 토큰화 실험 역시 여전히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실무자들은 2028년까지 온체인 프라이빗 크레딧 활성 대출이 1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경로는 아직 주요 관할권에서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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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화 부동산: ‘최대 hype, 최소 실적’ 세그먼트
RWA 토큰화를 다루는 거의 모든 발표 자료는 부동산 사례로 시작한다. 상가 빌딩이나 주거용 포트폴리오 지분을 잘게 쪼개 토큰으로 발행해 개인 투자자도 쉽게 참여하게 한다는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하지만 온체인 데이터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2026년 중반 기준, 신뢰할 만한 통계 어디를 보더라도 토큰화 부동산은 온체인 RWA 전체 가치의 2% 미만에 그친다. 가장 오래 운영된 부동산 토큰화 플랫폼인 RealT는 디트로이트 등 미국 이차 도시 위주의 주거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약 1억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용 중이다.
토큰 보유자는 지분 비율에 따라 임대 수익을 배당받고, 세컨더리 마켓에서 토큰을 거래할 수 있다. 소규모에선 모델이 돌아가지만, 기관급 부동산 시장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다. 미국 다수 주(州)에서 부동산 소유권 이전은 카운티 등기소, 법적 등기 문서, 타이틀 보험을 전제로 한다. 이들 시스템은 블록체인 토큰의 이전을 법적 소유권 이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늘날 이른바 ‘부동산 토큰화’ 프로젝트 대부분에서 토큰은 부동산 그 자체가 아닌, 해당 부동산을 보유한 유한책임회사(LLC)의 지분을 나타낸다.
이 구조는 토큰의 이전·양도를 제약하고, 관할권별 규제 복잡성을 키우며, LLC라는 법인 레이어를 통해 추가적인 상대방 리스크를 도입한다.
다수의 부동산 토큰화 상품은 실제 부동산을 토큰화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보유한 법인의 지분을 토큰화할 뿐이다. 이 차이는 투자자 권리, 담보 회수 순위, 국경 간 집행 가능성 측면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levated Returns 등 일부 기관 플랫폼은 보다 대형 상업용 부동산을 토큰화하려 시도했지만, SEC 규정 D(Reg D)에 따른 사모 증권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투자자를 ‘적격 투자자’로 사실상 한정해야 했다. 이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던 리테일 참여는 구조적으로 봉쇄됐다.
EU의 MiCA 규정과 이를 보완하는 분산원장기술(DLT) 파일럿 레짐은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토큰화 증권을 추진할 수 있는 비교적 명확한 경로를 제공하지만, 실제 발행과 유통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부동산 토큰화는 2026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8~2030년을 바라봐야 할 중장기 과제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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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아키텍처: ‘이번 분기’에 통과되는 법이 향후 상단을 정한다
2026년 RWA 토큰화의 스케일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기술도, 유동성도, 기관 수요도 아니다. 규제의 최종 윤곽이다. 현재 세 가지 핵심 규제 프레임워크가 동시에 시행 단계에 올라와 있으며, 이들의 결합 결과가 최소 2028년까지 이 섹터의 ‘어드레서블 마켓 상단’을 사실상 규정하게 된다.
미국에선 SEC가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이니셔티브(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의 일환으로 마련한 토큰화 증권 관련 규정안이 2026년 중반 현재 최종 의견 수렴 단계에 있다.
이 규정은 공개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된 토큰화 증권이 현행 증권거래법상 ‘커버드 시큐리티(covered security)’로 인정될지, 아니면 별도의 신규 등록·규율 체계를 요구할지를 정의하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토큰화 주식 등 상품이 리테일 투자자 대상 공모로 확산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적격 투자자 한정 사모 시장에 머무를지가 갈린다.
EU의 MiCA는 2024년 12월 전면 시행되며 전자화폐 토큰(e-money token)과 자산연동 토큰(asset-referenced token)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틀을 제시했다. 다만 전통 증권의 토큰화는 별도 트랙인 DLT 파일럿 레짐을 통해 다루고 있다.
2026년 7월 현재 DLT 파일럿 레짐 하에 실제 발행된 증권은 15건이 채 되지 않는다. 컴플라이언스 복잡성이 여전히 대부분의 유럽 발행사에겐 운영 효율 상의 이점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6년 말까지 최종 확정이 예상되는 SEC의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규칙은 미국 RWA 토큰화에 가장 큰 단일 규제 이벤트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틀만 제시돼도 3년 내 500억~1,000억달러 수준의 추가 기관용 상품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통화청(MAS)**과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미국·EU보다 완화된 토큰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MAS는 주요 금융사들과 함께 추진 중인 Project Guardian을 통해, 기관 네트워크 간 토큰화 채권·펀드 이전을 실증했다. 홍콩 역시 토큰화 그린채권 승인 등으로 제도권 자본시장과 온체인 인프라를 잇는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정부가 발행한 채권.
이들 아시아 지역의 규제 프레임워크는 아직 글로벌 자본 흐름을 바꿀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미국과 유럽의 규제 체계가 사실상 비교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새로운 벤치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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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자 지형: 상위 5개 플랫폼이 AUM 대부분을 장악
온체인 RWA 규모 335억 달러는 다양한 프로토콜에 고르게 분산돼 있지 않다.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상위 5개 발행사·플랫폼이 전체의 약 75~80%를 쥐고 있다. 이 같은 집중도는 고유한 시스템 리스크를 만들어내며, 장기적으로 이 시장의 경쟁 구조가 어떻게 굳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서드파이 검증이 가능한 상품 가운데 AUM 기준 1위는 블랙록 BUIDL로, 2026년 중반 기준 17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 가 OUSG·USDY 합산 AUM 약 9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FOBXX는 약 4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슈퍼스테이트(Superstate) 와 마운틴 프로토콜(Mountain Protocol) 이 합산 약 6억 달러의 AUM으로 상위 5위를 채운다. 이들 5개사가 합친 규모는 36억 달러가 넘는데, 이는 전체 335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소규모 상품, 비공개 기관 딜, 대시보드에 온전히 잡히지 않는 크로스체인 래퍼 등 ‘롱테일’로 구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 금융기관과 자본력을 갖춘 프로토콜로의 집중은 탈중앙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중소 발행사는 수익률, 규제 준수 인프라, 기관 채널 확보를 동시에 맞추기 어렵다. Backed Finance 와 초기 Swarm Markets 같은 디파이 네이티브 토큰화 스타트업 상당수는 2022~2023년 자금을 유치한 뒤, 직접 상품을 발행하는 모델에서 벗어나 B2B 인프라 제공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온체인 RWA AUM의 80%를 다섯 발행사가 쥐고 있는 구조에서는, 이 섹터의 건강성이 ‘퍼미션리스 혁신’이 아니라 그 다섯 곳의 전략과 컴플라이언스 선택에 구조적으로 묶일 수밖에 없다.
인프라 레이어는 상대적으로 다변화돼 있다. 시큐리타이즈(Securitize), Tokeny Solutions, Fireblocks 등 토큰화 플랫폼이 다수 대형 발행사를 대상으로 발행·수탁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큐리타이즈는 최대 규모 토큰화 펀드 상당수를 발행·공동 발행하며 규제·이전대행 인프라 분야의 사실상 표준 사업자로 부상했다. 2025년 해밀턴 레인(Hamilton Lane) 의 토큰화 인프라 사업을 인수한 것도 핵심 경로를 한 사업자에 더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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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
온체인 RWA 규모가 1년 만에 118억 달러에서 335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건 분명 의미 있는 이정표다. 실물 기관 자금, 실질 금리 수요, 그리고 토큰화 인프라 측면의 운영 진전이 모두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이 성장을 떠받치는 구조, 즉 미 재무부 채권 편중, 단일 체인 의존, 제한적인 디파이 활용도, 미완의 규제 환경은, 리서치 기관들이 2030년까지 10~16조 달러 규모로 제시하는 잠재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천장’을 보여준다.
성장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꿀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개방된 토큰화 증권을 허용하는 규제 최종안이 나오면 수요 기반이 한 단계(오더 오브 매그니튜드) 확장될 수 있다. 현재 의미 있는 토큰화 상품 대부분은 적격·인증 투자자에 한정돼 있어, 사실상 기관 시장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둘째, 이더리움과 솔라나(Solana) (SOL), 그리고 프라이빗 체인 간 자산 이동이 커스터디 변경·재발행 없이 가능한 표준화된 크로스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은 마찰을 줄이고 디파이 활용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다. 셋째, LLC 래퍼 대신 토큰 보유 자체에 직접 소유권을 부여하는 법적 프레임워크가 자리 잡아야, 부동산과 프라이빗 크레딧이 본격적인 규모로 온체인에 올라올 수 있다.
업계는 마냥 규제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체인링크(Chainlink) 의 크로스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CCIP)은 바로 이 크로스체인 이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토큰화 플랫폼에 본격적으로 통합되는 중이다. 2023년 시범 운영을 시작한 DTCC 의 토큰화 담보 네트워크(Tokenized Collateral Network)는 더 넓은 기관 결제 테스트로 확장됐다. 스위프트(Swift) 의 블록체인 상호운용 실험도 전통 금융 메시징 인프라가 온체인 자산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반 배관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2026~2027년 RWA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성장 시나리오는 재무부 채권 드라이브에 의한 ‘또 한 번의 삼중 성장’이 아니라, 자산군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온체인 프라이빗 크레딧이 5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지고, 최초의 의미 있는 토큰화 주식 상품이 규제 심사를 통과하는 그림에 가깝다.
335억 달러라는 숫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자산이 어떤 구성으로 짜여 있고 무엇과 연결돼 있느냐다. 현 시점에서 온체인 RWA는 고도화된 온체인 머니마켓에 더 가깝다. 가치도 실체도 분명하지만, 이 섹터가 그리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프로그래머블 레이어’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이 바로 다음 성장 국면이자, 동시에 다음 리스크 국면이 결정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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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실물 자산 토큰화는 2026년, 더 이상 가볍게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의 문턱을 넘었다.
온체인에서 유통되는 유동 자산 335억 달러. 1년 새 세 배 증가. 전통 자본시장에서 수십조 달러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본격 참여. 이는 시장이 이미 검증한 사실들이다.
이 섹터는 ‘실제’가 됐다.
다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335억 달러를 ‘천장’이 아닌 ‘기초 체계’로 만들기 위한 분산도, 컴포저빌리티(조합 가능성), 그리고 완결된 규제 틀이다.
미 재무부 채권 편중, 단일 체인 의존, 토큰화 래퍼와 실물 자산 직접 소유권 사이의 법적 간극은 사소한 디테일이 아니다. 이들은 2030년 말까지 RWA 토큰화가 1조 달러 규모로 도약할지, 아니면 블록체인 레저를 덧붙인 ‘기관용 머니마켓 업그레이드’ 수준에서 성장세가 멈출지를 가르는 구조적 제약 요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