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해마다 더 많은 연산능력을 집어삼키고 있고, 양자컴퓨터는 ‘실제로 쓸 수 있는’ 기계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두 기술이 정면으로 맞붙는 지점부터가 진짜 이야기다. 양자 에러 보정부터 당신의 비트코인 (BTC)을 보호하는 암호기술까지, 전선이 이어진다.
핵심만 요약하면
- AI는 이미 양자컴퓨터를 고도화하는 실전 도구다. 구글의 AlphaQubit 에러 디코더부터 엔비디아의 GPU–큐비트 연결까지 등장했지만, 역으로 양자가 AI에 주는 실질적인 보상은 아직 좁고 검증도 부족하다.
- 단기적으로 더 날카로운 충돌은 암호 영역이다. 구글 연구진은 RSA‑2048을 깨는 데 필요한 큐비트 수를 ‘백만 개 미만의 노이즈 큐비트’ 수준으로 낮췄다고 추산했고, NIST는 2030년까지 후양자(Post‑Quantum) 암호로 갈아타라고 공식 권고했다.
- 양자 실용화 시점을 두고 전문가 전망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IBM은 2029년 내 결함허용(fault‑tolerant) 양자 시스템을 제시하는 반면, 젠슨 황은 “20년은 더 걸린다”고 말한다. 어느 한 날짜에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
드디어 말을 듣기 시작한 하드웨어
지난 30년 동안 양자컴퓨터는 칩이 커질수록 오히려 나빠지는 구조였다. 큐비트 수를 늘리면 노이즈도 함께 불어나고, 노이즈는 계산 자체를 붕괴시켰다.
그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2024년 12월이었다. 구글은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내고, 105큐비트 ‘Willow’ 칩이 이른바 ‘임계값(threshold)’ 아래로 내려갔다고 보고했다. 큐비트를 더 추가할수록 논리 에러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수치도 구체적이었다. 코드 거리(code distance)를 3→5→7로 키울 때마다 논리 에러율이 대략 절반씩 줄었고, 거리 7 메모리는 사이클당 0.143% 에러까지 내려갔다.
이 메모리는 또 최고 성능의 개별 물리 큐비트보다 2.4배 오래 정보를 유지했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브레이크이븐(breakeven) 돌파’라고 부른다. 양자 분야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에 가까운 신호다.
이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NISQ’)를 만든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 칼텍(Caltech) 교수는, 에러 보정을 통해 큐비트 정보 저장시간을 실질적으로 늘렸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양자컴퓨팅의 일상적 영향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10개월 뒤, 구글은 다시 속도를 올렸다.
2025년 10월, 구글은 Quantum Echoes라는 알고리즘을 앞세운 두 번째 네이처 논문을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에서 돌린 기존 고전 알고리즘보다 1만3,000배 빠른 속도를 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각주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네이처 뉴스팀은 외부 연구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을 전했고, 구글 스스로도 “암호에 실제로 위협이 되는 수준의 머신을 만들려면 지금보다 여러 자릿수 더 키워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번 실험의 효용은 매우 좁고 구체적이다. 양자 시스템이 정보를 어떻게 뒤섞는지(스크램블링)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특화돼 있어, 분자·자성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쓸모가 있어도 당신의 스프레드시트를 돌려주진 못한다.
경쟁사들은 공개 로드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 IBM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9년까지 200개의 논리 큐비트로 1억 개 게이트를 구동하는 결함허용 양자 머신 ‘Starling’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 앞단에는 Nighthawk, Loon이라는 중간 칩이 대기 중이다.
- Quantinuum은 2029년까지 범용·완전 결함허용 시스템 ‘Apollo’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Helios 머신을 상용화하고, 2027년에는 Sol 프로세서를 출시한다는 플랜이다.
- 중성원자(neutral atom) 방식 연구소들도 빠른 속도로 스케일을 키우고 있다. 레이저로 개별 원자를 잡아 큐비트로 쓰는 접근법이다.
이 가운데 두 개의 실험 결과가 눈에 띈다.
칼텍 Endres 연구실은 2025년 9월 24일 네이처에 논문을 싣고, 약 1만2,000개의 광집게(옵티컬 트위저) 사이트에 걸쳐 6,100개의 세슘 큐비트를 잡아 두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코히런스 시간은 13초, 개별 큐비트 제어 정확도는 99.98%에 달한다. 책임 연구자인 **마누엘 엔드레스(Manuel Endres)**는 “중성원자 양자컴퓨팅에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버드대의 미하일 루킨(Mikhail Lukin) 교수가 MIT, QuEra와 함께 이끄는 팀은 조금 다른 방향을 택했다. 3,000큐비트 시스템을 두 시간 이상 연속 가동하면서, 5,000만 개가 넘는 원자를 순환시키고 초당 최대 30만 개를 재충전해 이탈 원자를 상시 교체했다.
루킨은 “3,000큐비트 규모의 연속 운용을 실증했다”며 “이 접근법이 훨씬 더 큰 규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경고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2월 ‘Majorana 1’ 칩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토폴로지(topological) 큐비트를 구현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설계 단계부터 에러를 억제하는 구조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3월 학회에 참석한 물리학자들의 다수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론물리학자 **헨리 레그(Henry Legg)**는 뒤이어 네이처에 반박 논문을 내 “실험이 평범한 물리 효과를 토폴로지 신호로 오인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폴로지 큐비트 이론의 원조 격인 산카르 다스 사르마(Sankar Das Sarma)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재·공정 측면 진전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물리적 증거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간극, 즉 보도자료와 검증 사이의 거리야말로 양자컴퓨팅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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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조용히 ‘양자공장’에 들어가다
많은 보도가 놓치는 포인트가 있다. AI는 양자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이미 양자 실험실의 일상 도구가 됐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는 2024년 11월 네이처에, AlphaQubit이라는 신경망 기반 에러 디코더를 소개했다. Sycamore 프로세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학습해, 기존 텐서 네트워크 방식보다 에러를 6% 덜 내고, 상관 매칭(correlated matching) 방식보다는 30% 적게 냈다.
에러 디코딩은 AI의 ‘가성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이다. 양자칩은 끊임없이 에러 신호를 뿜어내고, 무언가가 그 패턴을 읽어 새 에러가 쌓이기 전에 실시간으로 보정해야 한다.
초전도 큐비트는 10~수백 나노초 스케일에서 동작한다. 디코더는 정확하면서도 ‘잔인할 정도로’ 빨라야 한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보정 명령이 도착하기 전에 에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같은 압력은 양자 스택 전반에서 감지된다.
- 신경망은 큐비트를 캘리브레이션하고, 뒤집기·얽힘을 만들어내는 제어 펄스를 미세 조정하는 데 활용된다.
- 강화학습(RL)은 이미 더 빠른 알고리즘을 스스로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다. 딥마인드의 행렬 곱셈 최적화 연구 AlphaTensor가 대표적이다.
- AI 기반 디코더는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마지막 요소는 겉보기보다 더 중요하다. 오버헤드가 줄어들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큐비트를 발명하지 않고도 ‘쓸 만한’ 머신이 손에 잡히는 시점이 앞당겨진다.
이 제약이 왜 주요 하드웨어 업체들이 양자칩과 고전 가속기를 물리적으로 묶으려 하는지 설명해 준다.
**엔비디아(Nvidia)**는 2025년 10월, 양자 프로세서와 GPU 슈퍼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개방형 인터커넥트 NVQLink를 공개했다. 17개 양자 하드웨어 업체와 9곳의 미국 국립 연구소가 동맹에 합류했다. Quantinuum은 Helios 칩에서 NVQLink를 활용해, 첫 확장형 실시간 디코더를 구현했고, 반응 시간은 67마이크로초까지 줄였다.
젠슨 황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양자컴퓨터는 단독으로 돌릴 수 없다. 옆에 고전 슈퍼컴퓨터를 붙여야 한다.”
가까운 미래의 양자 시스템은 이런 하이브리드 형태에 가깝다.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민감한 큐비트들을 튜닝·캘리브레이션하고, 일종의 ‘보모’처럼 상시 관리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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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가 AI에 해줄 수 있는 일, 그리고 한계
질문을 뒤집어 보자. 양자컴퓨터는 AI를 얼마나 더 똑똑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정직하게 말하면, 현재로선 마케팅이 약속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한때 업계는 양자 머신러닝에 열광했다. 데이터 작업에서 지수적 속도 향상을 약속하는 알고리즘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10대 연구자가 여기에 망치를 들이밀었다.
**에윈 탕(Ewin Tang)**은 2018년, 한때 ‘혁신’으로 불리던 양자 추천 알고리즘을 고전 컴퓨터로도 동일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후 여러 양자 알고리즘을 잇달아 ‘디퀀터이즈(dequantize)’했다. 속도 향상의 상당 부분이 양자 수학 그 자체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데이터 로딩 가정에서 나온 것임을 드러낸 셈이다.
양자 머신러닝을 괴롭히는 핵심 문제는 두 가지다.
- 입력 병목: 일반적인 고전 데이터(이미지, 텍스트 등)를 양자 상태로 올리는 과정에서 이론상의 속도 이점이 대부분 사라진다.
- ‘불모지( barren plateau)’: 회로가 깊어질수록 학습 지형이 평평한 사막처럼 변해, 기울기가 사라지고 학습이 멈춰버린다.
양자 복잡도 이론의 대표주자인 **스콧 애런슨(Scott Aaronson)**은 수년째, 양자 머신러닝 홍보자료를 볼 땐 각주를 먼저 읽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자는 실제로 어디에 강한가?
현실적으로는 ‘다른 양자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있다. 화학·신소재·특정 최적화 문제 등이 대표적인 스윗스폿이다. 자연이 본질적으로 양자인 영역이기 때문에, 양자 머신이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점이 있다.
이건 분명 실질적 가치가 있다. 더 나은 배터리, 촉매, 신약 후보 물질이 이 영역에 걸려 있다.
다만 “양자가 당신의 챗봇을 슈퍼차지할 것”이라는 식의 서사는, 주가에는 잘 먹히지만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프레스킬이 지금 시기를 ‘노이즈가 많은 중간 규모(NISQ) 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범용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만 의미 있는 실험기가 등장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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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에너지’ 질문
AI의 전력 갈증은 이제 인프라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0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945TWh 수준까지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년 수치는 일본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에 근접한 규모다.
IEA는 또,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4배 이상 늘어날 궤적에 올라탔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매력적인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양자컴퓨터는 이색적인 물리를 쓰니까, 에너지 요금을 확 줄여주지 않을까?”
섣부른 약속은 위험하다.
양자 시스템이 이론적으로 특정 연산을 더 적은 연산량·시간에 끝낼 수 있다 해도, 극저온 냉각·에러 보정용 추가 하드웨어·고전 보조 컴퓨팅까지 고려하면 전체 에너지 풋프린트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이 지점에서조차, 과대 포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전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적은 연산으로 특정 화학 계산과 최적화 문제를 풀어, 그 좁은 영역에 한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자 컴퓨터’는 여러분이 쓰는 거대 언어모델을 돌리지도 못하고, 극저온 유지에 드는 냉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건, 양자에 유리한 일부 계산에서의 ‘선택적 효율성’이지, AI 전력난을 구원해 줄 만능 솔루션이 아닙니다.
후자를 약속하는 쪽은 사실상 ‘영업’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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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갑과 만나는 지점
AI와 양자의 충돌이 가장 직접적으로 돈 문제로 이어지는 지점은 암호 기술입니다.
RSA, 타원곡선(ECC) 같은 공개키 암호는 고전 컴퓨터에겐 풀기 어려운 수학 위에 서 있지만, 충분히 큰 양자 컴퓨터 앞에서는 쇼어(Shor) 알고리즘 덕분에 ‘쉬운 문제’로 바뀝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장기 비밀을 가진 모두가 신경 써야 할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복호화(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입니다. 공격자는 오늘 오가는 암호화 트래픽을 모아두었다가, 양자 하드웨어가 충분히 성숙한 시점에 한꺼번에 열어볼 수 있습니다.
NIST는 2024년 8월 이 위협에 대한 공식 방어책을 확정했습니다. ML-KEM, ML-DSA, SLH-DSA 등 세 가지 양자 내성 암호 표준을 발표했고, 2025년 3월에는 HQC를 백업 알고리즘으로 추가 선정했습니다.
시한도 명시돼 있습니다. NIST의 전환 권고 초안은 RSA와 ECC를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2035년 이후에는 완전 사용 금지를 예고합니다.
암호화폐는 이 ‘충격권’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바로 그 취약한 타원곡선 서명 위에 구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노출도는 진짜이며, 규모를 두고 논쟁이 이어집니다. **딜로이트(Deloitte)**는 약 400만 BTC, 전체 비트코인의 25% 가량이 취약한 ‘P2PK(pay-to-public-key)’ 출력이나 공개키가 드러난 재사용 주소에 묶여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더 공격적인 분석도 나옵니다. 구글 Quantum AI의 연구는 노출·재사용 키를 모두 포함할 경우, 유통량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50만~690만 BTC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 중 170만 BTC 이상이 초기 P2PK 스크립트에 묶여 있다고 봅니다.
방어책 준비는 진행 중이지만, 속도와 완성도는 제각각입니다.
-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양자 내성 주소 형식인 BIP-360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활성화는커녕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 이더리움 (ETH) 재단은 양자 내성 로드맵을 공개했고, 비탈릭 부테린은 서명·계정·증명 체계를 양자 안전 알고리즘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했습니다.
- 솔라나 (SOL)은 해시 기반 일회용 서명을 활용한 ‘Winternitz Vault’를 옵션 기능으로 제공하지만, 기본 계정은 여전히 취약한 곡선을 사용합니다.
이들 어떤 체인도, 프로토콜 수준에서 ‘양자 안전’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아직 구명정을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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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술이 서로를 밀어 올릴 때
더 불편한 시나리오는, 한쪽의 진보가 다른 쪽을 가속하는 ‘융합’입니다.
구글의 **크레이그 기드니(Craig Gidney)**는 2025년 5월, 관련 수학을 통째로 갈아엎었습니다. 그가 내놓은 최신 추산에 따르면, 노이즈 많은(qubit error가 존재하는) 물리 큐비트 기준 100만 개 미만으로도 RSA-2048을 일주일 안에 인수분해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본인과 공동 저자가 제시했던 2,000만 큐비트 필요 추정치에서 20분의 1로 떨어진 수치입니다.
여섯 해 사이, 당신의 암호를 깨는 데 필요한 큐비트 수가 ‘종이 위에서’ 20배 줄어든 셈입니다.
여기엔 실물 양자 컴퓨터가 전혀 필요 없습니다. 알고리즘과 오류 수정 기법의 발전, 즉 AI가 점점 잘 찾아내는 영역에서 생긴 개선입니다.
기드니의 ‘칼질’은 더 똑똑한 산술 처리와 더 조밀한 오류 정정 레이아웃에서 나왔지, 새로운 하드웨어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런 최적화 압력이 암호 해독 전반으로 번지면, 자원 필요량 추정치는 계속 내려갑니다.
보안 업계는 이를 ‘고정된 종말 시점’이 아니라 ‘움직이는 표적’으로 봅니다. 신중한 해석은, AI가 조용히 양자 하드웨어가 넘어야 할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몇 년 남았다”는 말은, 수학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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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그리고 엇갈린 전망
투자자들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기업들의 매출은 2025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고, 스타트업 투자금은 126억달러로 전년 대비 6.3배 폭증했습니다. 이들이 2035년까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1조3,000억~2조7,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정부도 돈을 풀고 있지만, 자신감의 온도 차는 큽니다.
- 미국은 2018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으로 약 12억달러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 EU의 ‘Quantum Flagship’은 2018년부터 10년간 최소 10억유로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 중국의 투자는 흔히 약 150억달러 수준으로 회자되지만, 이는 맥킨지 추산에 기반한 것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논쟁도 많은 수치인 만큼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검승부는 ‘시점’에서 갈립니다.
IBM과 Quantinuum은 오류 내성(fault tolerance) 확보 시점을 나란히 2029년으로 제시합니다. 구글 역시 “수십 년”이 아니라 “수 년” 단위 로드맵을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젠슨 황은 2025년 1월, 유용한 양자 컴퓨터가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 언급해 관련주를 흔들어놨다가, 같은 해 3월 엔비디아 ‘퀀텀 데이’에서 “왜 내가 틀렸는지 설명해달라”고 웃어넘기며 사실상 발언을 수습했습니다.
보안 업계는 확률로 말합니다. **글로벌 리스크 연구소(Global Risk Institute)**가 26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향후 10년 안에 암호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양자 컴퓨터가 등장할 가능성을 28~49% 수준의 “상당히 가능”으로, 15년 안에는 51~70% 수준의 “가능성이 크다”로 잡았습니다. 해당 보고서 사상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와 달리, 다스 사르마(Das Sarma)처럼 실용적인 오류 정정 양자 컴퓨터가 업계 로드맵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고 보는 회의론도 여전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습니다. 첫 실질적 위협이 10년 뒤일 수 있지만, 마이그레이션에 수년이 걸리고, ‘수확된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도 유통기한이 없다는 점에서 지금 행동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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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그림
과장을 걷어내면, 그림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AI는 이미 성숙한 쪽이고, 디코딩·보정·제어 최적화를 통해 양자 컴퓨터를 조용히 더 똑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양자가 AI에 주는 선물은 특정 화학·시뮬레이션 영역에서만 뚜렷할 뿐, 그 밖의 영역에서 떠도는 ‘만능 가속기’ 서사는 과장에 가깝습니다.
진짜 긴급한 융합은 초지능이 아니라, 인터넷 전체를 지탱하는 암호 인프라가 서서히 침식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더 영리해지는 알고리즘 덕에 빨라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연도를 맞힐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마이그레이션이 시작됐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양자 머신은 아직 공장에서 조립 중이고, 그 방패도 여전히 설계와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지금 투자자와 기업이 할 일은, 두 경주—기계와 방어책—를 동시에 지켜보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