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브로드컴과 2나노 AI 반도체 ‘2000억 달러 슈퍼 딜’ 체결

삼성, 브로드컴과 2나노 AI 반도체 ‘2000억 달러 슈퍼 딜’ 체결

삼성전자가 **브로드컴(Broadcom)**으로부터 향후 5년간 최대 2000억 달러(약 270조원) 규모의 반도체 수탁 생산 계약을 따냈다.
현 AI 투자 사이클에서 공개된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딜로,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전략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브로드컴 칩 딜(Broadcom Chip Deal)’에는 2나노미터(2nm) AI 가속기용 로직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서비스가 모두 포함되며, 계약 기간은 2030년까지다.
양사는 AI 반도체 매출 확대를 노리고 공급망을 장기 고정하는 구조로 판을 키우고 있다.

5년짜리 ‘AI 공급망 락인’…2nm 로직·HBM·첨단 패키징 총망라

브로드컴 딜은 단일 칩 생산에 그치지 않고 여러 제품군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계약이다.

삼성은 2nm 공정을 기반으로 AI 가속기용 로직 칩을 생산하고, 여기에 필요한 HBM을 공급하는 동시에 2.5D·3D 적층을 포함한 첨단 패키징까지 일괄 제공한다.
계약 규모는 5년간 2000억 달러, 연간으로는 약 4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 반도체 매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규모로,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칩 비즈니스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경제지 포춘(Fortune)은 7월 25일자 보도에서 이번 계약을 “현 AI 시대에 공개된 파운드리 공급 계약 가운데 최대”라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에서도 브로드컴 딜이 삼성 2nm 공정의 상징적 수주라는 점을 부각했다.

브로드컴의 핵심 AI 제품은 ‘XPU’라 불리는 주문형(커스텀) 가속기 칩이다. 범용 GPU 대신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워크로드에 맞춰 설계되는 전용 칩으로,
구글(Google), 메타(Meta)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AI 연산에 맞춘 독자 칩을 개발할 때 브로드컴의 기술을 활용해 왔다.

삼성의 2nm 공정은 현재 상용화된 공정 중 최첨단 축에 속한다. 트랜지스터를 더 촘촘히 배치해 동일 면적에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연산당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수요에 정면으로 맞닿는 지점이다.

이처럼 대규모 장기 물량을 확보한 것은 삼성 입장에서 2nm 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 명분이자, 첨단 노드 수익성 가시성을 높여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AI 공급망 판도 재편…“GPU 일변도에서 커스텀 실리콘 시대로”

이번 계약의 의미는 단순히 삼성과 브로드컴 두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엔비디아(Nvidia)**가 AI 학습(트레이닝)용 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가운데, 브로드컴 등 경쟁사들이 제공하는 커스텀 실리콘이 빠르게 성장하며 공급망 구조 변화의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특정 벤더 의존도를 낮추고, 특히 학습 이후 단계인 추론(inference)에 최적화된 전용 칩을 통해 비용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추론은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기반으로 검색·챗봇·추천 시스템 등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매일 수십억~수백억 회 반복 실행되는 영역이다.

이 단계에선 범용 GPU보다 특정 모델 구조와 워크로드에 맞게 ‘튜닝’된 칩이 더 높은 경제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브로드컴의 XPU와 같은 커스텀 가속기가 엔비디아 범용 GPU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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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대만 TSMC)가 절대 강자로 자리잡아 왔다. TSMC는 엔비디아 GPU 대부분과 애플 칩 생산을 도맡으며 사실상 ‘AI와 모바일의 생산 허브’ 역할을 해왔다.
이 구도 속에서 삼성은 수율과 성능 이슈로 하이엔드 고객을 TSMC에 내주며 열세를 인정해온 상태였다.

이번 브로드컴 딜은 삼성 2nm 공정에 대형 앵커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그간 수율 논란이 제기됐던 선단 공정 기술력에 대해 시장에서 실전 검증을 받는 계기가 된다.

삼성의 ‘선단 공정 역전극’…GAA 3nm·2nm 베팅이 통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2020년대 초중반 TSMC에 점유율을 크게 내주며 고전했다.
대형 고객들이 “수율과 안정성”을 이유로 TSMC에 주문을 집중시키는 사이, 삼성은 첨단 공정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TSMC는 2026년까지 미국 내에 26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AI 수요 장기 지속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3nm·2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GAA는 트랜지스터 채널을 게이트 전극이 네 면에서 감싸는 구조로, 기존 핀펫(FinFET·3면 구조) 대비 전류 제어력을 높이고 누설 전류를 줄이는 기술이다.
2nm 시대 수율과 전력 효율,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아키텍처로, 삼성은 이 GAA 공정을 앞세워 브로드컴 물량을 소화할 계획이다.

2000억 달러 규모의 5년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 2nm 라인 증설과 공정 고도화에 필요한 설비투자를 정당화해주는 ‘담보 물량’이다.
고비용·고위험의 신규 노드를 고객 확약 없이 올리는 데 따른 사업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AI 칩 공급망의 다음 장…TSMC·엔비디아에 가해질 압박

브로드컴 딜이 당장 엔비디아의 위상을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엔비디아의 GB200, 차세대 루빈(Rubin) GPU는 여전히 TSMC에서 생산되며, 대규모 AI 학습용 기본 선택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브로드컴이 속한 커스텀 실리콘 시장은 전체 AI 반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AI 학습은 엔비디아 GPU가 주도하되, 추론과 특정 워크로드에는 주문형 칩이 드라이브를 거는 ‘이원화 구조’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이 2nm 초도 양산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입증할 경우, TSMC의 가격·조건 협상력에 대한 견제력이 생긴다.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하이퍼스케일러 입장에서 삼성은 현실적인 ‘세컨드 소스’로 부상할 수 있다.

시장이 주목해야 할 다음 지표는 삼성 파운드리 가동률이다.
분기 실적에서 2nm 라인 가동률과 설비 투자 계획이 어떤 속도로 상향 조정되는지가, 브로드컴 물량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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