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3단계 감독 체계를 전제로 한 ‘AI 개발 속도 조절’을 공개 제안했다. 경쟁사 수장들까지 동조하며 논쟁이 증폭되고 있지만, 실제 집행 가능성과 경쟁 구도, 경제적 비용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핵심 요약
- 아모데이는 독립 모니터링, 업계 공통 규칙, 글로벌 규제를 축으로 한 3단계 감독 구상을 제시했다.
- 샘 알트먼과 일론 머스크가 속도 조절에 공개 지지를 보냈지만, 실질적 구속력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AI 투자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가 ‘공동 보조를 맞춘 감속’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모데이의 ‘AI 속도 조절’ 구상
아모데이는 9월 12일 BBC 인터뷰에서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했다. 이 입장은 오픈AI(OpenAI) CEO **샘 알트먼(Sam Altman)**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잇따라 지지 의사를 밝히며 업계 전반으로 파장을 키우고 있다.
전 앤스로픽 연구원인 **제이컵 콕슨(Jacob Coxon)**은 BBC에 “최첨단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데이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개발 단계에서 모델을 상시 점검하는 독립 모니터링 체계 도입,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공통 규칙 수립, 그리고 국가 간을 아우르는 글로벌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다.
감독의 큰 틀은 제시됐지만, 누가 실제로 속도 제한을 집행할지, 그리고 경쟁 기업과 경쟁 국가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해법이 비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제 경쟁이다. 미국은 중국을 앞서기 위해 AI 경쟁에서 속도를 늦출 여지가 거의 없고, 기업들 역시 ‘나 홀로 감속’이 곧 시장 점유율 상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9월 13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고 강조하며 “AI에서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승자독식’ 인식이 강한 만큼, 속도 조절 합의는 정치·외교적 난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관련기사: 비트코인, 7만7천달러선 근처 지지…강세장 신호는 아직 불확실
집행 가능성에 의문 제기하는 지트론
**이지 프라이머리 리서치(EZ Primary Research)**의 CEO **에드 지트론(Ed Zitron)**은 이번 제안이 “무엇을 평가해야 할지조차 모를 만큼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아무도 ‘속도 조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질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모델 학습을 동결하는 방식의 중단은 “중국 연구소들이 충분히 따라잡은 뒤, 멈춰 선 제품을 모방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트론은 또, 개발 속도가 느려지면 가격 구조가 뒤틀리고 이미 취약한 AI 비즈니스 모델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건 AI 버블을 터뜨릴 수 있는 변수”라며, 업계가 아직 속도 조절을 실무적으로 정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불확실성은 단순한 안전 규정 논쟁을 넘어선다. **신세시아(Synthesia)**의 임원 **알렉산더 보이카(Alexander Voica)**는 규제 당국조차 고도화된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규제를 서두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스테이너블 AI(Sustainable AI) 설립자 **사샤 루시오니(Sasha Luccioni)**는 존재론적 위협보다 기업의 이윤 동기가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 속도 조절 논쟁의 본질이 ‘인류 멸종 위험’이 아니라 ‘기업 인센티브 통제’에서 갈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에서는 AI가 의료, 직장, 거시경제 정책 전반에 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어, 광범위한 속도 조절은 안전 이슈인 동시에 성장 전략과도 직결된 민감한 현안이다.
컴퓨터 과학자 **웬디 홀(Wendy Hall)**은 기업이 시스템 통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농부가 흉포한 황소를 제대로 가두지 못하면 그 피해는 결국 농부 책임”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과도 규제’ 경계론도 확산
회의론은 반대 방향에서도 제기된다. **캐피털 리서치 센터(Capital Research Centre)**의 연구원 **파커 세이어(Parker Thayer)**는 “AI를 사실상 소멸 수준까지 규제하려는 정치적 시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 같은 주장을 “극단적이고 입증되지 않은 시각”으로 평가했지만, 규제 논의가 정치 프레임에 포섭될 조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논쟁은 안전, 국가 간 기술 경쟁, 투자 환경, 기업 책임 등 여러 축이 뒤엉킨 양상이다. 그러나 ‘얼마나’, ‘어떤 속도로’ 개발을 늦출 것인지에 대해 합의된 기준이나 집행 메커니즘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논의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23년 11월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첫 글로벌 AI 안전 정상회의는 당시에는 다소 먼 미래로 여겨졌던 ‘극단적 위험’에 초점을 맞췄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주요 AI 기업 CEO들 스스로가 공개적으로 ‘속도 조절’을 거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자리, 규제 설계, 통제 권한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다.
다음 읽을거리: DeepSeek And Moonshot Passed Off Claude Answers As Their Own, Anthropic Say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