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대출이 이렇게까지 흥미로웠던 시기는 보통 모든 것이 무너질 때였다.
2022년, **셀시우스(Celsius)**와 보이저(Voyager), 그리고 테라(Terra) 붕괴발 연쇄 부도가 업계를 휩쓸며 신뢰를 갈아엎었다. 대출 프로토콜에 묶여 있던 TVL(예치 자산 총액)은 정점 대비 75% 넘게 증발했다.
하지만 이후 전개는 누구도 시나리오에 적어두지 못했다. 살아남은 프로토콜들은 그 뒤 3년간 이전 상승장 때 존재하던 어떤 구조보다 더 견고하고, 더 자본 효율적이며, 더 모듈화된 시스템을 조용히 재구축해왔다.
이제 그 재구축의 결과가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시장도 이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모르포(Morpho)(MORPHO)는 2026년 7월 기준 예치금 30억 달러를 돌파했다. 18개월 전만 해도, 개인 투자자에게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이 프로토콜이 이런 규모를 기록하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오일러(Euler) (EUL)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2023년 해킹 사고 이후 재가동에 나선 오일러는 TVL 5억 달러를 다시 회복했고, 7월 25일 기준 코인게코에서 일일 36% 급등세로 트렌딩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비트와이즈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이더리움의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해 6,400만 달러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더리움 기반 대출 프로토콜의 온체인 활동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이 괴리가 바로 지금의 핵심 스토리다.
한눈에 보기 (TL;DR)
- 모르포는 2026년 7월 예치금 30억 달러를 넘어, 이번 사이클에서 TVL 성장 속도 기준 가장 빠르게 성장한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중 하나로 올라섰다.
- 이더리움 수수료 수익은 2026년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51% 감소했지만, 대출 프로토콜 온체인 활동과 스테이킹 참여는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섹터는 2020~2022년을 지배했던 단일 풀 기반 대출 모델에서 벗어나, 모듈형·무허가 시장 설계로 구조적 전환을 진행 중이다.
- 오일러는 2023년 해킹 이후 재출범에 성공하며, 토큰 EUL이 24시간 기준 +36% 급등, TVL 5억 달러 회복 등 모멘텀을 키우고 있다.
- 하루 4억5800만 달러 규모로 유입되는 현물 비트코인 (BTC) (BTC) ETF 자금은 온체인 디파이 포지션과 병행 운용되며, 담보 대출 수요의 새로운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붕괴가 다진 기반
2022년 암호화폐 신용 위기는 엄밀히 말해 ‘온체인 디파이 대출’의 위기라기보다는, 디파이 외형을 둘러쓴 중앙화 신용 모델의 붕괴였다. 가장 큰 손실을 낸 업체들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대출 프로토콜이 아니라, 디파이처럼 보이려 했던 중앙화 중개자들이었다.
셀시우스는 개인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약속하고, 예치 자산을 불투명한 포지션에 재투자했다. 보이저는 고객 자산을 별도 구분 없이 들고 있었다. 이들은 어느 쪽도 청산 로직이 온체인에 공개된 스마트컨트랙트 대출 프로토콜이 아니었다.
반면 온체인 프로토콜인 아베(Aave), 컴파운드(Compound), **메이커다오(MakerDAO)**는 사전에 정의된 청산 메커니즘을 기계적으로 실행했을 뿐이다. 아베의 청산 메커니즘은 헬스 팩터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트리거됐고, 전체 익스포저 대비 불량 채무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컴파운드는 거버넌스가 통제하는 이자율 모델이 이용률 급등에 맞춰 연속적으로 조정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 프로토콜들은 방향성 리스크를 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제금융’이 필요하지 않았다.
2022년 사태는 역설적으로 온체인 담보 대출의 핵심 메커니즘을 검증한 사건이었다. 투명한 청산 기준과 알고리듬 기반 금리 조정이, 같은 시기 어떤 중앙화 신용 모델보다 훨씬 더 견고하게 작동했음을 증명했다.
다만 이 검증이 실제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신뢰가 돌아오는 속도는 느렸다. 그럼에도 DeFiLlama에 따르면 2024년 4분기에는 온체인 대출 TVL 합계가 300억 달러를 다시 상회했고, 2026년 중반 현재는 멀티체인 기준 500억 달러에 근접해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주체는 단순히 버텨낸 ‘기존 강자’가 아니라, 약세장을 활용해 아키텍처를 통째로 갈아엎은 프로토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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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포, 대출 스택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다
모르포가 2022년에 처음 선보인 제품은 아베와 컴파운드 위에 얹힌 P2P(개인 간) 매칭 레이어였다. 예치자와 차입자를 가능한 한 직접 매칭해 양측 모두에게 더 나은 금리를 제공하는 구조였다. 모델은 작동했지만 뚜렷한 한계도 있었다. 기반 풀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자체적으로 리스크 파라미터를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2023년 말 출시된 Morpho Blue는 사실상 백지에서 다시 그린 버전이다. 누구나 임의의 자산 페어에 대해 격리된 대출 마켓을 생성하고, 스스로 LTV(담보인정비율)를 설정하며, 선호하는 오라클을 선택할 수 있는 무허가 퍼미션리스 베이스 레이어를 도입했다.
프로토콜은 개별 시장 위에 글로벌 리스크 파라미터를 강제하지 않는다. 대신 리스크 관리는 별도 추상화 레이어인 MetaMorpho 볼트(현재의 Morpho Vaults)에 위임된다. 큐레이터는 이 볼트를 통해 여러 격리 마켓을 하나의 운용 풀로 묶고, 명확한 리스크 프로파일을 설계해 제공한다.
모르포의 구조는 베이스 레이어의 효율성과 리스크 큐레이션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유니스왑(Uniswap) (UNI) V4가 AMM 코어와 훅(hooks)을 분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그 결과 하나의 프로토콜 안에서 기관급 보수적 전략을 담는 볼트와, 장기 꼬리자산을 대상으로 한 실험적 마켓이 서로 간섭 없이 공존할 수 있다.
구조 개편 이후 숫자 흐름은 뚜렷하다. DeFiLlama 데이터에 따르면 모르포 TVL은 2024년 초 약 5억 달러에서 2026년 7월 30억 달러를 넘기며 18개월 만에 6배 성장했다. 2026년 7월에는 모르포 마켓의 일일 거래 규모가 5,000만 달러를 넘긴 날이 여러 차례 나왔다. 현재 모르포는 이더리움 메인넷 기준 TVL 상위 5대 대출 프로토콜로, 아베와 스파크(Spark)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21년 사이클과 구조적으로 다른 지점은 유동성 공급 주체다. 당시 붐을 이끈 것은 비현실적인 APY를 좇던 개인 투자자였다면, 지금 자금을 넣는 주체는 기관급 볼트 큐레이터, 온체인 자산운용사, 프로토콜 국고(treasury)가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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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의 재출범이 보여주는 프로토콜 생존력
2023년 3월, 오일러 파이낸스는 그해 디파이 최대 규모 해킹을 당했다. 플래시론(Flash Loan)을 이용한 공격으로 약 1억9,700만 달러가 풀에서 빠져나갔다. 24시간도 안 돼 오일러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3주 만에 공격자는 탈취 자산을 전액 반환했다. 디파이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다.
오일러는 온체인 메시지를 통해 공격자와 직접 협상했고, 이 과정은 어떤 법적 집행 수단도 동원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2024년 출시된 Euler v2는 Morpho Blue의 모듈형 개념을 적극 차용하면서 자체적인 구조 혁신을 더했다. ‘Ethereum Vault Connector(EVC)’는 각종 볼트가 서로의 담보를 인식할 수 있게 해, 기존 격리 마켓 구조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복합 포지션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하나의 지갑이 여러 개의 격리 차입 포지션(서브 계정)을 운용하되 서로 리스크가 섞이지 않도록 하는 ‘서브 어카운트’ 개념도 도입했다.
오일러의 복귀는 디파이에서 가장 이례적인 2막 중 하나다. 1억9,700만 달러를 털린 프로토콜이 공격자와 직접 협상을 통해 거의 전액을 회수하고, 공격 전보다 더 정교한 아키텍처로 재출범한 사례다.
2026년 7월 25일 기준, EUL은 코인게코에서 24시간 기준 약 36% 급등하며 트렌딩 상위 토큰으로 떠올랐고, DeFiLlama에 따르면 TVL은 5억 달러 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은 약 3,700만 달러 수준으로, TVL/시총 비율이 13배를 넘는다. 이는 과거 인수·통합 타깃으로 주목받았던 프로토콜들에서 자주 목격됐던 밸류에이션 구조다.
오일러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코어 메커니즘이 탄탄하고 거버넌스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스마트컨트랙트 프로토콜은 ‘존립 위기’급 이벤트를 겪고도 생존, 더 나아가 업그레이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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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V4, 모듈형 경쟁자에 대한 ‘왕좌’의 응답
**아베(Aave)**는 여전히 TVL 기준 압도적 1위 대출 프로토콜이다. DeFiLlama에 따르면 2026년 중반 현재 이더리움, 아비트럼(Arbitrum) (ARB), 폴리곤(Polygon) (POL), 베이스(Base) 등 멀티체인 배포 버전을 모두 합친 예치금은 200억 달러를 넘는다. 네트워크 효과, 두터운 유동성, 폭넓은 담보 자산 지원, 디파이 전반에 걸친 통합 밀도는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다.
다만 아베 V3는 대형 모듈형 경쟁자가 아직 없던 시기에 설계됐다. 다양한 자산을 하나의 교차 담보 풀에 넣는 구조는 유동성이 깊은 메이저 자산에는 효율적이지만, 풀 안 특정 자산이 가격 충격이나 오라클 오류를 겪을 경우 시스템 전체에 전염성을 키울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아베 V4 출시에 앞서 거버넌스 포럼에서 이 문제가 핵심 아키텍처 리스크로 지목된 것도 같은 이유다.
아베 V4는 ‘통합 유동성 레이어(Unified Liquidity Layer)’를 도입해, 모듈형 서브마켓 간 유동성을 동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게 한다. 단일 풀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모르포식 리스크 격리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V2 이후 가장 큰 구조적 변화로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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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역성장 속에서 숨은 이더리움 대출 성장의 역설
비트와이즈 리서치는 이더리움의 달러 기준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2026년 2분기 수수료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한 6,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수요가 위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체 트랜잭션 수와 스테이킹 참여율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괴리는 L2 데이터 비용을 90% 이상 절감해 L1 기본 수수료 압력을 크게 낮춘 ‘블롭 트랜잭션’ 업그레이드, EIP-4844 영향으로 대부분 설명된다.
대출 시장에 주는 신호는 직관을 거스른다. 가스비 하락으로 인해 온체인 차입과 상환 비용이 개인 투자자 규모 포지션에서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모르포(Morpho)에서 ETH를 담보로 5,000달러를 빌린 사용자는 포지션 개설·관리·청산까지 세 번의 트랜잭션에 30~50달러 수준의 가스비를 부담해야 했다. 같은 규모의 포지션을 2026년 2분기에 운용할 경우 비용은 3~8달러대로 줄어든다. 이 비용 절감은 과거 L1 가스비 환경에서는 경제성이 없었던 소액·중소 규모 디파이 대출까지 실제 수요층으로 편입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EIP-4844 이후 이더리움 가스비 하락으로 1만 달러 미만 대출 포지션이 온체인에서 처음으로 경제성을 확보했고, 디파이 대출의 잠재 고객층이 대형 기관 포지션을 넘어 개인·중소 규모 투자자로 확장되고 있다.
수수료 수익 감소는 디파이 활동에 대한 역설적인 ‘강세 신호’이기도 하다. 이는 네트워크가 소수의 고가 트랜잭션을 비싸게 처리하는 대신, 더 많은 트랜잭션을 낮은 단가로 소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모르포와 아베(Aave) 활동을 추적하는 듄 애널리틱스 대시보드에 따르면, 일별 순수 활성 차입자 수는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2분기 사이 약 40% 증가했다. 5만 달러 이하 포지션 수는 100만 달러 이상 대형 포지션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는데, 이는 개인·중형 투자자 기반 확장이라는 논지를 뒷받침한다.
기관 자금 유입과 담보 수요의 신(新) 사이클
2026년 7월 말 하루 동안만 비트코인 ETF에는 4억5,820만 달러의 순유입이 발생했으며, 현물 이더리움 펀드는 3,870만 달러, 솔라나 (SOL) 기반 펀드는 1,740만 달러를 추가로 끌어들였다. 이는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근거한 수치다. 이 자금 흐름은 새로운 유형의 기관 투자자를 보여준다. 이들은 규제된 래퍼(ETF·신탁)를 통해 크립토 익스포저를 주로 취하면서도, 그 노출 자산에서 생산적 수익을 창출하거나 담보를 활용한 레버리지를 점점 더 원하는 집단이다.
ETF 보유자가 디파이 대출 수요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은 간접적이지만 분명 존재한다. ETF 지분 자체를 곧바로 디파이 담보로 쓸 수는 없다. 대신, ETF와 별도로 BTC·ETH를 온체인에 직접 보유한 기관 재무팀, 패밀리오피스, 고급 투자자들은 이 온체인 보유분을 모르포와 아베에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을 차입해 운영비를 조달하거나, 현물 매도 없이 상대가치 전략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기관 대출 데스크는 2026년 상반기, BTC 담보 USD 코인 (USDC) 차입 수요가 늘고 있으며, 금리는 기존 프라임 브로커리지 대비 경쟁적인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현물 ETF로의 기관 자금 유입과 디파이 대출 성장세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ETF는 기초 자산 풀을 키우고, 이 중 일부 보유자는 별도로 보유한 온체인 자산을 활용해 프로토콜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레버리지를 일으킨다.
데이터도 같은 그림을 그린다. 과거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알려진 전략(Strategy)은 2026년 7월 24일 기준 비트코인 84만3,775개와 32억2,500만 달러 현금을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일부만 디파이 대출 담보로 활용돼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TVL이 발생할 수 있다. 추세는 디파이 대출이 소매 전용 상품이 아니라, 기관 크립토 트레저리 매니지먼트의 인프라 레이어로 자리 잡는 방향을 가리킨다.
성숙 단계에 접어든 온체인 신용시장의 금리 구조
초기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은 단일 풀 사용률(utilization)에 따라 금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구조를 택했다. 차입률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급격한 금리 인상이 발생해 상환을 유도하고 신규 공급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이 모델은 단순 구조에서는 작동했지만, 비효율도 컸다. 사용률이 낮을 땐 예치자는 거의 무이자에 가까운 수익만 얻고, 사용률이 치솟을 땐 외부 시장 금리와 무관하게 차입자가 과도한 금리를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르포의 ‘격리 마켓(isolated market)’ 구조는 이러한 금리 결정 메커니즘을 바꿔놓는다. 모 첨부 시장이 하나의 독립 쌍, 예컨대 특정 LTV와 오라클 조건을 갖는 WBTC/USDC 한 쌍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한 시장의 공급·수요 변화가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금리 곡선은 프로토콜 단위가 아니라 자산·마켓 단위로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모르포에서 가장 활발한 리스크 큐레이터인 **곤틀렛(Gauntlet)**과 B.Protocol은 전통 금융의 외부 차입 금리를 기준점으로 반영하는 금리 설정 방법론을 공개해 왔다. 디파이 금리가 완전히 내생적으로만 형성되던 시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방식이다.
모르포의 마켓 단위 금리 격리는 큐레이터가 온체인 차입 비용을 산정할 때 전통 금융 벤치마크 금리를 직접 참조할 수 있게 해주며, 디파이 신용 가격과 실물 머니마켓 금리 간의 본격적인 수렴을 촉발하고 있다.
이 수렴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모르포 애널리틱스 대시보드에 따르면, 2024년 초 500bp를 넘던 고급 담보 시장 내 USDC 차입 금리와 연준 기준금리(오버나이트) 간 스프레드는 2026년 7월 150~200bp 수준까지 좁혀졌다. 이는 온체인에 예치된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늘고 리스크 프라이싱이 성숙해진 결과이자, 온체인 담보를 가진 차입자 입장에서 디파이 대출이 전통 머니마켓 대비 점점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 이상 저금리 신용을 얻기 위해 자산을 오프체인으로 이동시키는 비용과 마찰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공급 구조와 여전한 집중 리스크
디파이 대출은 스테이블코인 공급 위에 구축된 시장이다. 모르포, 아베, 율러(Euler) 등 주요 프로토콜에서 가장 많이 예치되는 대출 자산은 USDC, USDT, 그리고 다이(Dai) (DAI)다. 다이는 현재 스카이 프로토콜(Sky Protocol) 리브랜딩을 거치며 주로 USDS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디파이라마 스테이블코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세 자산이 상위 프로토콜 대출 공급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집중도는 설계자들도 인정하는 구조적 의존성을 낳는다. USDC와 USDT 발행사인 서클(Circle)과
테더 (USDT)에 대한 규제 조치 하나로 디파이 대출 시장 유동성은 어떤 스마트컨트랙트 메커니즘보다 빠르게 증발할 수 있다.
2026년 미국 상원을 통과 중인 GENIUS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고유동성 우량 자산 1:1 준비금 보유와 연방 혹은 주 정부 감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행사 신용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동시에 디파이 대출이 의존하는 기초 자산에 새로운 ‘규제 단일 실패 지점’이 생기는 셈이다.
디파이 대출 공급의 85% 이상이 USDC·USDT·USDS 세 스테이블코인에 묶여 있는 만큼, 이 섹터의 성장 궤적은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규제 논의와 사실상 직결돼 있다.
크로스체인 확장과 ‘실제’ TVL 성장의 무게중심
이더리움 메인넷은 여전히 디파이 대출 TVL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지만, 성장은 더 이상 메인넷 중심이 아니다. 디파이라마 크로스체인 대출 대시보드에 따르면, 베이스(Base), 아비트럼(Arbitrum), 그리고 최근 부라체인(Berachain)·모나드(Monad) 테스트넷 등은 전체 TVL 대비 과도하게 큰 대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모르포는 베이스에 이미 배포를 마쳤고, 낮은 가스비와 빠르게 성장하는 네이티브 유저층을 바탕으로 신규 유저 수 기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디플로이먼트로 부상했다. 아베 V3의 아비트럼 버전은 2026년 상반기 동안 누적 20억 달러가 넘는 대출 실행을 기록했다고 거버넌스 애널리틱스가 전했다. 멀티체인 확장은 담보 자산 구성도 바꾸고 있다. 베이스에서는 코인베이스 래핑 비트코인인 cbBTC와 cbETH가 상위 담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대출 담보로 거의 존재하지 않던 자산들이다.
베이스 상 모르포 디플로이먼트는 이더리움 메인넷 인스턴스보다 빠른 속도로 신규 유저를 유치하고 있으며, 가스비 절감 덕분에 5,000달러 미만 소액 포지션도 개인 차입자에게 처음으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멀티체인 확장은 새 리스크도 가져온다. 바로 체인 간 오라클 가격의 일관성 문제다. 디파이 대출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쓰이는 체인링크 (LINK) 프라이스 피드는 체인별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같은 자산에 대해 이더리움과 베이스 간 가격 피드에 짧은 시간이라도 괴리가 생기면, 이를 노린 청산 차익거래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체인링크의 크로스체인 상호운용 프로토콜(CCIP)은 정확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프로토콜 레벨 도입은 아직 부분적이다. 모르포의 마켓 생성 프레임워크는 큐레이터가 시장별로 오라클 소스를 명시하도록 요구해, 리스크 매니저가 이 노출을 프로토콜 기본값 뒤에 숨기지 않고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한다.
CLARITY 법안 확률 하향 조정이 대출 프로토콜에 의미하는 것
갤럭시 디지털 리서치는 2026년 7월, CLARITY 법안이 연내 통과될 확률을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CLARITY 법안은 어떤 크립토 자산이 증권이고 어떤 자산이 상품(코모디티)인지를 규정하는 핵심 시장 구조 법안으로, 미국 규제를 받는 상대방과 거래하는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입장에선 어떤 유형의 담보를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중대 변수다.
CLARITY 법안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대출 프로토콜 토큰과 담보 자산 전반을 둘러싼 현재의 법적 불확실성은 상당 기간 더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는 기관 참여 확대 속도와 디파이 대출 TVL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구조 변수로 남게 된다.거버넌스 토큰을 담보로 잡는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고, 전적으로 온체인에서만 운영되는 프로토콜 입장에선 감내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커스터디 업체, 등록 투자자문(RIA), 펀드 매니저 등 제도권 플레이어들에게는 이 불확실성이 디파이 대출을 규제 제품 구조 안에 온전히 편입시키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 결과 기관 수요를 겨냥한 디파이 대출은 주로 역외 법인과 비규제 채널을 통해 소화되고 있으며, 이는 운영 복잡성을 키우는 동시에 이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총 유효 자본 풀’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갤럭시 디지털이 제시한 CLARITY 법안 통과 확률 30% 시나리오는, 규제 기관투자자가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을 통해 어떤 자산을 취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가 최소 1년 이상 추가로 공백 상태에 머무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TVL 추세가 시사하는 기관 성장 잠재력의 상단이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다.
이 공백이 미치는 영향은 프로토콜별로 상이하다. Aave와 Morpho는 미국 외 이용자 비중이 높고, DAO 거버넌스 구조를 채택해 현행 미국 증권법 체계 아래에서 직접적인 집행 타깃이 되기 어렵다. 재출범한 Euler 역시 거버넌스를 중앙 집중화된 통제 포인트가 없도록 설계했다. 그럼에도 세 프로토콜 모두 규제 명확성의 수혜를 크게 볼 수밖에 없다. 미국 내 기관투자자들은 디파이 대출 수요 측면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개척되지 않은 최대 규모의 자본 풀이며, 법적 리스크 없이 진입이 허용되는 순간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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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생각
2026년 중반의 디파이 대출 시장은 2021년과는 전혀 다른 판이 펼쳐져 있다.
2022년 붕괴 국면을 버텨낸 프로토콜들은 약세장 내내 ‘인센티브’가 아니라 ‘아키텍처’를 고치는 데 시간을 썼다. Morpho의 모듈형 마켓 설계, Euler의 볼트 커넥터, Aave의 유니파이드 리퀴디티 레이어는 모두 1세대 풀 기반 모델을 포장만 바꿔 되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첫 사이클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웠던 구조 자체를 갈아엎는 실질적 혁신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섹터는 TVL을 늘리면서도 더 작은 티켓 사이즈의 개인 이용자를 흡수하고, 과도한 이자지급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관 자본을 끌어들이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디파이 대출 부문의 구조적 재건이 ‘실제’로 존재하며, 계량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Morpho의 30억달러 예치 잔액, Euler의 5억달러 이상 회복, 모듈형 경쟁에 대응한 Aave V4의 아키텍처 개편은 단기 사이클에 휘둘리며 수익률만 좇는 유동성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지난 3년 동안 축적된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