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시장은 지난 10년 내내 “마니아용 장난감” 수준에 머무는 듯했다. 판도가 바뀐 건 2024년 미국 대선이었다. 단일 플랫폼 하나가 대선 결과를 놓고 거래된 물량만으로, 하루 기준으로는 중형급 증권거래소 거래대를 능가하는 규모를 처리했다.
그 이후 이 섹터의 월간 명목 거래 규모는 24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이 변곡점은 단일 기술 혁신의 결과라기보다는, 블록체인 인프라와 개인 투자자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상품 포맷이 맞물린 결과다.
비트코인 (BTC)과 이더리움 (ETH)이 결제 레일을 제공했고,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 저수지를 형성했다. 여기에 새로운 세대의 UI·UX가 그동안 예측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던 마찰 비용을 걷어냈다. 이후 쏟아진 숫자들은 이 섹터가 쌓아온 기존의 모든 벤치마크를 갈아치웠다.
핵심 요약 (TL;DR)
- 예측 시장 월간 명목 거래액은 2024년 대선 이후 240억달러를 돌파했다. 성장의 구조적 동인은 크립토 네이티브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다.
- 폴리마켓(Polymarket)이 탈중앙화 거래 물량의 절대 다수를 흡수하며, 온체인 오더북도 특정 이벤트 기반 자산군에서는 중앙화 거래소에 필적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 규제 불확실성은 기관투자가 진입을 막는 최대 변수지만, 미국 상원의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입법 동력은 예상보다 빠른 법제화를 예고한다.
예측 시장은 무엇이며, 왜 정의가 중요한가
예측 시장은 현실 세계의 사건 결과에 따라 페이아웃이 결정되는 계약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대통령 선거 승자,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특정 AI 모델이 정해진 성능 기준에 도달할지 여부 등은 모두 만기 시점에 이진값으로 귀결되는 계약이 된다. 이 계약의 가격은 어느 시점이든, 시장이 그 결과에 부여하는 ‘집단적 확률’을 반영한다.
이론적 뿌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5년 발표한 ‘사회에서의 지식 이용’ 논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측 시장을 정보 집계 도구로 쓰자는 실증적 논의는 경제학자 로빈 한슨(Robin Hanson)이 퓨처라키(futarchy)와 의사결정 시장 연구를 통해 정교하게 제도화했다.
NBER와 SSRN에 게재된 여러 실증 연구는, 적절히 설계된 예측 시장이 정치·경제 이벤트 예측에서 전문가 설문이나 여론조사 평균보다 일관되게 더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결과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예측 시장과 스포츠 베팅·카지노 도박은 규제와 사용자 구성에서 실질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예측 시장은 ‘무작위성’이 아니라 ‘정보’를 가격에 반영하도록 설계되며, 이 차이가 규제 프레임과 이용자 풀을 갈라놓는다.
크립토 네이티브 예측 시장 모델은 전통 거래소가 복제하기 어려운 레이어를 하나 더 얹는다. 국경·허가 장벽이 사실상 사라진 참여 구조, 온체인에서 투명하게 공개되는 유동성 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의 프로그래머블 결제다. **폴리마켓(Polymarket)**이 2020년 폴리곤(Polygon) 위에서 문을 열었을 때, 이는 기존 상품 카테고리의 ‘신규 진입자’가 아니라, 중앙화 중개와 고비용 규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여겨져 온 상품군을 디파이가 직접 떠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실행 가능한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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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 대선, 구조적 변곡점이 되다
예측 시장 성장 관련 어느 데이터 시리즈를 보더라도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2022~2023년 완만하던 성장 곡선은 2024년에 가속했고, 미국 대선을 앞뒤로 하는 몇 달 동안 기울기가 꺾여 나갈 정도의 스파이크를 기록했다. 폴리마켓은 2024년 10월 한 달간 대선 관련 계약에서만 34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다. 이는 2023년 중반까지 플랫폼이 쌓아온 ‘역대 누적 거래 규모’를 단 한 달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그때까지 이 시장을 거의 외면해온 주류 금융 미디어도 예측 시장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 폴리마켓 가격이 실시간으로 노출됐고, 케이블 뉴스 앵커들은 생방송에서 여론조사 대신 예측 시장 계약 확률을 인용했다.
이 보도–유입–유동성–정확도–재보도 선순환 고리는 가시성이 커질수록 신규 참여자를 끌어들이고, 더 두터워진 호가창은 가격 신뢰도를 높이며, 이는 다시 언론 보도를 자극하는 자기 강화 메커니즘을 만든 셈이다.
폴리마켓이 2024년 10월 대선 관련 계약에서 쌓아올린 34억달러 이상 거래액은, 2024년 이전 전 기간을 합친 누적 규모를 단월 기준으로 추월한 수치로, 플랫폼 스케일의 ‘비가역적 점프’를 의미한다.
영향은 폴리마켓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규제 승인을 받은 이벤트 계약 플랫폼 칼시(Kalshi) 역시 대선 기간 역대 최고 월간 거래 기록을 갈아치웠다. 칼시는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기 위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상대로 벌인 법적 공방에서 승소한 전력이 있다. 규제 영역과 비규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거래 폭증은, 특정 플랫폼의 마케팅이나 UX 때문이 아니라 ‘상품 자체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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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마켓 구조: 온체인 결제가 만든 해자(垓子)
폴리마켓은 폴리곤(POL) (POL) 지분증명(PoS) 네트워크 위에 구축돼 있으며, 핵심 결제통화로 USDC를 사용한다. 이용자들은 USD 코인 (USDC)을 예치하고 조건부 토큰 쌍을 매매한 뒤, 만기 시 USDC로 페이아웃을 받는다. 계약 생성부터 청산까지 전 생애주기가 공개 스마트컨트랙트로 구현돼, 누구나 블록 익스플로러에서 코드를 검증할 수 있다.
이 아키텍처는 중앙화 사업자가 재현하기 어려운 해자 역할을 한다. 계약은 회사의 지급 약속이 아니라 코드에 의해 결제되기 때문에, 상대방 신용리스크가 사실상 제거된다. KYC 기준이 느슨한 대부분 관할에서 유동성은 국경을 초월해 모인다.
청산 단계는 현재 UMA 프로토콜의 탈중앙 검증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한 옵티미스틱 오라클 시스템이 담당한다. 결과에 이견이 생길 경우, 온체인 토큰 보유량에 기반한 거버넌스 투표를 통해 분쟁을 중재·확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폴리마켓이 폴리곤 상에서 USDC를 사용하는 구조 덕분에, 결제 과정에는 환리스크도, 은행 송금 지연도 없다. 계약이 만기·확정되는 즉시 승자 토큰은 같은 블록 안에서 USDC로 상환된다. 이는 기존 금융 인프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결제 속도다.
와튼 스쿨 예측 시장 연구소와 굿저지먼트 프로젝트(Good Judgment Project) 등의 연구진은, 충분한 유동성을 갖춘 예측 시장이 존재할 경우, 훈련된 애널리스트의 예측 연습보다 더 잘 보정(calibrated)된 확률 추정치를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온체인 모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모든 가격 업데이트가 불변의 거래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별도의 데이터 벤더 API에 의존하지 않고도 완전한 확률 시계열을 학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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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참여할 수는 없다: 규제가 그리는 참여자의 경계
예측 시장은 대부분 관할에서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 미국에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에 근거해 선물·이벤트 계약을 감독한다. 칼시는 정치 이벤트 계약이 해당 법 체계하에서 합법이라는 점을 확인받기 위해 수년에 걸친 소송전을 치렀고, 결국 연방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CFTC는 최종적으로 상고를 포기했다.
폴리마켓의 미국 내 규제 지위는 훨씬 복잡하다. 이 플랫폼은 2022년 1월 CFTC와의 140만달러 합의 이후 미국 IP 주소 접속을 차단했지만, 온체인 트랜잭션은 국경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에 집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폴리마켓은 2025년 초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주도로 7,000만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며, 규제 칼날이 본격화되기 전 ‘규제 명확성’이 먼저 올 것이라는 베팅에 기관 자금이 올라탔음을 시사했다.
CFTC가 2022년 1월 폴리마켓에 부과한 140만달러 벌금은, 적정 등록 없이 미국 거주자 대상 장외 이진옵션을 제공한 행위에 초점을 맞춘 조치로, 현재까지 나온 가장 구체적인 예측 시장 집행 선례다.
미국 밖에서는 규제 풍경이 제각각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대부분의 예측 시장 계약을 인가가 필요한 금융상품으로 분류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MiFID II 체계 아래 회원국별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 국가는 이벤트 계약을 도박으로, 다른 국가는 파생상품으로 본다.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는 예측 시장 토큰을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아, 유럽 내에서 사업을 하는 플랫폼들은 현지 로펌과 함께 국가별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전략을 짜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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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조: 자동화 마켓메이커 vs 오더북
아이오와대가 1988년부터 운영해 온 Iowa Electronic Markets 등 전통 금융권 예측시장은 연속 복수호가(continuous double-auction) 오더북 구조를 쓴다. 유동성은 호가를 올려줄 인간 마켓메이커 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참여 규모가 제한된 연구용 실험 시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크립토 네이티브 예측시장은 두 갈래 구조로 갈라진다.
Polymarket는 일부 시장에는 자동화 마켓메이커(AMM) 모델을, 거래량이 큰 시장에는 Clob 인프라스트럭처(Clob infrastructure) 기반 중앙집중식 한도오더북(CLOB) 모델을 적용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이벤트에서는 오더북이 스프레드를 좁게 유지하고 가격발견을 정교하게 해주는 반면, 자연스러운 주문 흐름이 적은 시장에서는 AMM이 최소 유동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Polymarket의 하이브리드 전략, 즉 신규·저유동성 시장에는 AMM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 규모가 커지면 CLOB 메커니즘으로 전환하는 구조는 디파이 무기한 선물 시장을 장악한 Hyperliquid (HYPE)의 설계와 유사하다. 온체인 트레이딩 venue에서 재현 가능한 플레이북이 이미 한 차례 검증됐다는 신호다.
AMM 모델은 고유한 왜곡도 낳는다. 이진 옵션형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는 만기 시 가격이 0 또는 1로 수렴하는 구조 때문에 비대칭적인 영구 손실(IL)에 노출된다. 결국 모든 유동성 포지션에서 한쪽 토큰은 반드시 휴지조각이 된다. 2024년 SSRN에 게재된 논문을 포함한 여러 학술 연구는 이진 AMM에 최적화된 수수료 구조와 유동성 공급 전략을 모형화한 결과, LP를 충분히 보상하려면 전통적인 AMM보다 플랫폼 수수료율을 상당히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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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의 지리학: 유동성은 어디에 있는가
예측시장 거래의 지리적 분포는 규제 환경과 크립토 네이티브 유저 분포를 동시에 반영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국·싱가포르·일본은 탈중앙 예측시장에서 UTC 기준 야간 시간대 거래량을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주역이다. Dune Analytics 같은 데이터 플랫폼의 블록 단위 트랜잭션를 보면, 아시아 거래소 출금 패턴과 연관된 주소 클러스터가 Polymarket의 비선거일 거래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확인된다.
라틴아메리카는 성장 속도 면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전통적인 헤지 수단에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는 Chainalysis의 연례 크립토 도입 지수에 기록된 대로 온체인 금융 활동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들 시장 이용자에게는 연준(Fed)의 금리 결정, IMF의 지원·개입 발표 같은 거시 이벤트에 연동된 예측시장 콘트랙트가, 자국 금융 인프라가 제공하지 못하는 손쉬운 매크로 헤지 수단으로 기능한다.
Chainalysis에 따르면 2024년 라틴아메리카는 전 세계에서 디파이 프로토콜 거래량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절대 규모 증가분을 주도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앱, 특히 예측시장을 포함한 리테일 서비스 채택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Polymarket가 미국 IP를 공식적으로 차단하고 있음에도, 온체인 데이터에는 여전히 미국발 참여 흔적이 남아 있다. VPN 사용 패턴과 미국 거래소 KYC 지갑으로 연결되는 주소군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규제당국에는 난제가 생긴다. CFTC는 플랫폼 법인을 상대로는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온체인 콘트랙트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를 현행 기술·예산 수준에서 대규모로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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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품질: 이 시장은 정말 ‘작동’하는가
예측시장이 도박 포장지가 아니라 정당한 금융 프리미티브라는 주장을 지탱하는 핵심 논리는 ‘정보 집계(aggregation)’ 가설이다. 가격이 집단의 확률 판단을 정확히 반영한다면, 예측시장은 실시간·인센티브 정렬형 확률 추정치를 제공하는 공공재가 된다. 규범적 호소력뿐 아니라 장기적 경제적 가치를 논하려면, 이 명제를 엄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보정(calibration) 연구 결과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필립 텟록(Philip Tetlock)**과 Good Judgment Project 팀은 다수의 동료평가 저널에 게재된 연구를 통해, 충분한 유동성이 있는 예측시장은 통계적 의미에서 잘 보정된 확률을 산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예컨대 70% 확률이라고 가격이 말하는 사건은 장기 평균에서 실제로 약 70% 발생한다는 식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Polymarket 최종 확률이 실제 결과와 거의 일치한 사례는 이런 문헌에 또 하나의 눈에 띄는 데이터 포인트를 보탰다.
텟록의 슈퍼포캐스팅 연구와 Good Judgment Project의 10년치 데이터는, 예측시장 가격을 집계한 확률 추정이 개별 전문가 예측을 평균 20~30% 이상 능가한다는 점을 다양한 정치·경제 이벤트 범주에서 입증해왔다.
이에 대한 반론은 주로 조작 위험과 소규모 시장의 박한 유동성을 겨냥한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2023년 SSRN에 유통한 논문은, 저유동성 예측시장에서 일부 참여자가 과도한 포지션을 쌓으면서 가격이 독립적인 확률 추정치와 크게 괴리된 사례를 문서화했다. 콘트랙트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예측시장이 제공하는 정보 품질 보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Polymarket는 이에 대응해 프런트엔드 추천·검색 영역에 노출되기 위한 최소 유동성 요건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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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진입: 헤지펀드·마켓메이커·기업 활용 사례
월간 240억 달러 수준으로 불어난 거래량은 순수 리테일 이야기만은 아니다. 2024년 이후 예측시장에는 제도권 플레이어가 눈에 띄게 유입됐고, 참여 주체는 단순 투기 트레이더를 넘어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SUSQ)**을 비롯한 전통 마켓메이킹 하우스와 여러 크립토 퀀트 트레이딩 데스크는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공식적인 유동성 공급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기업 측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개념적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정 규제 결정, 기업결합 승인, 거시 이벤트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해당 이벤트를 토대로 한 예측시장 콘트랙트에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이는 **로빈 핸슨(Robin Hanson)**이 처음 ‘디시전 마켓(decision markets)’으로 명명한 응용 사례로, Augur 1.0을 포함한 여러 스타트업이 한때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2018년 당시 인프라는 너무 이른 시도였다. 지금은 온체인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유동성이 두텁게 쌓이고, 기관급 API 접근성이 확보되면서 기업 헤징 수요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처음으로 갖춰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4년 11월, SIG를 포함한 전문 트레이딩 회사들이 미국 대선 시즌 동안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리테일 트레이더와 학계 중심이던 섹터에 기관급 마켓메이킹이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벤처캐피털(VC) 자금도 거래량 성장 궤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Polymarket는 2025년 초 시리즈 B에서 7,000만 달러를 유치했고, Manifold Markets, Metaculus 등 경쟁사에도 소규모 라운드가 연이어 집행됐다. VC 업계가 선거 특수를 일회성 피크로 보기보다, 그 이후 형성된 거래량 수준을 ‘바닥(floor)’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렉트릭 캐피털(Electric Capital)**의 2025년 개발자 보고서도 예측시장 인프라 위에서 빌드하는 개발자 수가 증가했으며, 특히 시장 생성, 오라클 결산, 크로스플랫폼 집계 툴링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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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문제와 크립토의 ‘부분적’ 해법
모든 예측시장의 생명선은 결산 메커니즘의 신뢰도다. 오라클 조작, 애매한 이벤트 정의, 상대방의 악의적인 이탈로 잘못 결산되는 순간, 플랫폼 가치는 순식간에 붕괴된다.
이른바 오라클 문제다. 예측시장이 소수의 면밀히 감독되는 학계 실험을 넘어서지 못했던 가장 흔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집중식 결산은 단일 장애 지점을 만들고, 플랫폼 운영자에 대한 신뢰를 강요한다. Augur 1.0은 REP 토큰 보유자가 결과를 신고하는 탈중앙 결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참여자 무관심과 투표 피로에 취약했고, 일부 시장은 결론이 나기까지 수주가 소요되는 분쟁을 겪었다. 사용자 경험은 치명적으로 나빴고, 그 결과 Augur은 결코 의미 있는 대중 채택에 도달하지 못했다.이론적으로 탄탄한 설계 위에 구축됐음에도, 실제 주류 시장에서 의미 있는 거래 규모를 확보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오거(Augur)의 초기 탈중앙 오라클은 분쟁 라운드에서 투표 참여율이 치명적으로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의결권이 있는 REP 보유자의 참여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잦았고, 이는 토큰 기반 거버넌스만으로는 대규모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결괏값 도출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UMA 프로토콜(UMA Protocol)**의 옵티미스틱 오라클(Polymarket이 채택)은 다른 접근법을 택한다. 제시된 결괏값은 이의제기 기간 안에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옳은 값’으로 가정된다.
이의제기가 발생하면 토큰 보유량에 비례한 투표가 진행되지만, 핵심 설계 포인트는 기본 경로(이의제기 없음)에서는 능동적인 거버넌스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다. Polymarket의 과거 분쟁·결제 이력을 보면, 대다수 시장이 별다른 이슈 없이 종결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되며, 이 옵티미스틱 가정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결괏값이 애매한 소수의 시장에 한해서만 이의제기 메커니즘이 ‘신뢰 가능한 최종 방어선’을 제공한다. **체인링크(Chainlink)**의 탈중앙 오라클 네트워크는 UMA의 옵티미스틱 모델 대신 체인링크 (LINK)의 멀티 노드 합의 방식을 택한 여러 중소형 예측 시장 플랫폼이 채택한 또 다른 인프라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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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규제가 풀리면 240억 달러는 어디까지 갈까
예측 시장 섹터의 중장기 성장 경로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는 미국의 규제 명확성이다. Kalshi의 소송 승리는 정치 이벤트 계약을 규제 하에 있는 미국 법인도 제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다만, 기업 이벤트, 경제 지표, 지정학적 리스크 등 훨씬 다양한 범주의 ‘이벤트 계약’을 일관된 법적 프레임워크 아래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큰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2026년 5월 상원 금융위원회를 통과한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은 예측 시장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암호화폐 맥락에서 증권과 상품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한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SEC는 그동안 일부 예측 시장 토큰이 하위(Howey) 테스트 기준상 투자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증권과 상품의 입법상 경계가 분명해질수록, 실질적으로는 상품(커머더티) 성격에 가까운 예측 계약에 SEC가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2026년 5월 ‘클래리티 법안’ 통과는 미국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일관된 틀’로 수렴시키는 데 수년 만에 나온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며, 예측 시장 합법성에 미칠 파급 효과는 현물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직접적 영향 못지않게 클 수 있다.
현재 궤적을 전제로 향후를 가정해 보면, 월간 240억 달러 수준의 거래 규모를 유지하거나 상회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여전히 정치 이벤트에 비해 유동성이 크게 뒤처지는 비(非)선거 시장의 깊이가 더 두터워져야 한다.
또 사용자 기반 역시 지금의 크립토 네이티브 집단을 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참여자는 암호화폐에 익숙한 투자자들이다. 여기에 기관급 마켓메이커들이 2024년 선거 사이클을 ‘한 번뿐인 이벤트’로 보고 떠나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자산·상품군으로 인식하며 지속적으로 자본을 배분하는지도 관건이다.
예측 시장 범주의 개발자 성장세를 추적한 Electric Capital 2025 개발자 리포트 데이터에 따르면, 인프라 측면은 이미 빠르게 보완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예측 시장 툴링을 구축하는 활동 개발자 수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디파이(DeFi) 개발자 성장률(약 1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런 개발자 활동 증가는 통상 사용자 증대보다 12~18개월 정도 앞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만약 다음 단계의 대중화가 현실화된다면 2026~2027년 구간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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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예측 시장은 더 이상 이론적 호기심이나 학술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2024~2025년 피크 시점에만 월간 명목 거래 규모 240억 달러를 처리했고, 기관급 마켓메이커를 유입시켰으며, 다양한 결과 범주에서 전문 예측 기관에 필적하는 ‘보정(calibration) 품질’을 실증해 낸 금융 프리미티브로 자리 잡았다.
USDC 기반 결제,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한 자동 결제·분쟁 처리, 그리고 허가 없이 전 세계 참여가 가능한 크립토 인프라 스택은 예측 시장을 ‘틈새’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자산군’으로 끌어올린 기반층이었다.
남은 장애물들은 가설적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과제들이다. 미국 규제 환경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오라클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완화’에 가까우며, 굵직한 정치 이벤트 외 시장의 유동성은 조작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만큼 얇은 구간이 적지 않다.
다만 이는 자산군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반론이라기보다, 기술·제도 설계로 풀어야 할 엔지니어링·정책 과제에 가깝다. 그리고 현행 입법·기술 환경 안에서도 충분히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영역이다.
향후 섹터의 궤적은 상당 부분, 미국에서 추진 중인 암호화폐 입법, 특히 클래리티 법안과 관련 법안들이 Polymarket 같은 플랫폼이 IP 차단과 규제 불확실성 없이 미국 투자자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그렇다면 월간 240억 달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무게 중심은 규제의 실질적 영향권 밖에 있는 역외·온체인 인프라로 더 이동할 것이고, 이는 참여자와 전체 금융 시스템에 또 다른 성격의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예측 시장이 ‘실험’에서 ‘인프라’로 넘어선 사실 자체는 되돌릴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