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 파생상품 시장이 불과 3년 전만 해도 ‘공상’에 가깝다던 마일스톤을 넘어섰다.
온체인에서 전부 처리되는 무기한 선물 프로토콜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7월 14일 기준 187억 달러를 상회했다. 같은 날 해당 카테고리의 24시간 거래대금은 6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중앙화 거래소 장부에 적힌 미결제 약정이 아니라, 실제 온체인에서 결제된 비수탁(non‑custodial) 포지션을 의미한다.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비트코인 (BTC) (BTC)은 6만 2,000달러 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중앙화 거래소 현물 거래량은 부진하다. 그럼에도 온체인 무기한 선물에는 자본,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수수료 수입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참고로, 소스 데이터에 (BTC) 링크가 연달아 두 번 등장해 링크 보존 규칙상 그대로 유지했지만, 실제 게재 시에는 중복을 정리하는 편이 좋을 수 있다.
핵심 요약
- 2026년 7월 14일 기준 온체인 무기한 선물 프로토콜 합산 시가총액은 187억 달러, 24시간 거래대금은 6억 9,000만 달러로, 중앙화 선물 시장과의 격차를 애널리스트 예상보다 빠르게 좁히고 있다.
-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온체인 주문서 구조와 가스비 제로 모델은 리테일과 기관 모두의 레버리지 거래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꿔 놓았다.
- 이 섹터는 가격 효율성을 희생하고 조합성을 택한 AMM 기반 모델과, 체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앙호가주문서(CLOB) 모델로 양분되고 있으며, 데이터는 어느 쪽이 거래 비중을 가져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 수수료 수입 쏠림이 극단적이다. 상위 3개 프로토콜이 카테고리 전체 프로토콜 수수료의 70% 이상을 가져가는 반면, 나머지 108개 프로젝트는 얇아지는 마진을 두고 경쟁 중이다.
- 미연준 통화감독청(OCC)이 서클(Circle)의 트러스트 뱅크 인가를 승인한 것은 규제 명확성 측면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2026년 하반기 기관의 온체인 파생상품 유입을 가속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180억 달러’ 마일스톤의 이면
7월 14일 기준 무기한 선물 DEX 카테고리에 포진한 187억 달러의 시가총액은 결코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다. 코인게코는 이 부문에서 111개의 활성 토큰을 추적하고 있지만, 파레토 법칙이 극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3개 프로토콜이 헤드라인 수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소규모 실험적 플랫폼이 길게 꼬리를 이루는 구조다.
6억 9,000만 달러라는 일일 거래대금은 숫자만 놓고 보면 커 보이지만, 맥락이 필요하다. 바이낸스 한 곳이 유사한 시장 환경에서 선물 거래만으로 하루 200억~300억 달러를 소화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바이낸스가 자체 통계에서 밝히는 수치다. 2026년 중반 기준 무기한 선물에서 DEX 대 CEX 거래대금 비율은 계산 방식에 따라 대체로 3~5% 수준으로 추산된다. 격차는 여전히 크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핵심 흐름을 놓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비율이 2022년 초만 해도 0.5% 안팎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코인게코 카테고리 데이터에 따르면, 무기한 선물 DEX는 2026년 7월 14일 하루 동안 6억 9,000만 달러 규모 거래를 처리했으며, 111개 토큰 합산 시가총액은 187억 달러를 기록했다.
DEX와 CEX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구조적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선도 거래소들의 체결 품질이 개선되면서, 일반 개인 투자자 기준 주문 크기에서는 슬리피지가 중앙화 거래소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다. 둘째, 2022년 11월 FTX 붕괴 이후, 고급 트레이더들의 상대방 리스크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셋째, 레이어 2 및 앱체인 인프라 확산으로 주요 온체인 거래소의 가스비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면서, 그동안 전문 거래를 중앙화 레일에 묶어두던 수수료 열위 요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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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퀴드, 구조 설계 교과서를 다시 쓰다
지난 18개월간 무기한 선물 DEX 판도를 가장 크게 바꾼 단일 프로토콜을 꼽으라면 단연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다. 이 프로젝트는 AMM(자동시장조성자) 모델을 과감히 버리고, 전용 L1 블록체인 위에 완전 온체인 중앙호가주문서(CLOB)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다수 이용자 입장에서 경험하는 거래 환경은 중앙화 거래소와 사실상 구별이 어렵다. 밀리초 단위 확정성,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의 가스비 제로, AMM 기반 경쟁사들이 제공하기 힘든 주문서 깊이를 동시 구현했다.
온체인 분석이 보여주는 성장 곡선도 가파르다. 커뮤니티 리서처들이 운영하는 듄 애널리틱스 대시보드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는 2026년 2분기 피크 구간 기준 무기한 선물 DEX 전체 거래량의 60% 이상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집중도는 단순히 토큰 인센티브 효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플랫폼은 대규모 유동성 마이닝 대신, 전통 전자 마켓메이커가 중앙화 거래소에서 마주치는 것과 유사한 메이커 리베이트(maker rebate)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듄 대시보드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의 CLOB 구조는 2026년 2분기 피크 구간에 무기한 선물 DEX 거래량의 60% 이상을 흡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티브 토큰 HYPE는 2024년 말 가장 주목받은 에어드롭 가운데 하나였다. 초기 이용자에게 배분된 물량은 한때 시가 기준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코인게코가 추적하는 유동 스테이킹 HYPE 카테고리는 2026년 7월 14일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46% 급증한 것으로 집계돼, 프로토콜의 네이티브 수익 메커니즘을 기초로 한 스테이킹 파생상품에 대한 2차 시장 수요가 뜨겁다는 신호를 줬다. 프로토콜 성과 → 토큰 수요 → 스테이킹 확대 → 프로토콜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 이런 ‘플라이휠’ 구조는 AMM 기반 경쟁사들이 재현하는 데 애를 먹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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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M 모델이 맞닥뜨린 구조적 한계
하이퍼리퀴드의 우위가 드러나기 전까지, 무기한 선물 DEX의 기본 설계는 가상 유동성 레이어를 얹은 AMM 구조가 사실상 표준이었다. GMX는 아비트럼(Arbitrum) (ARB)에서 이 모델을 개척했다. GLP 토큰 보유자가 모든 트레이더의 상대방이 되는 풀(pool) 구조를 통해, 양방향 호가를 꾸준히 내줄 마켓메이커 없이도 수수료 인센티브로 수동적 유동성 공급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초기 자본을 모으는 난제를 우회한 설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모델은 2021~2023년, 디파이 수익률이 높아서 방향성 트레이더의 ‘하우스’가 되는 리스크를 감수할 유인이 충분했던 시기에 특히 잘 작동했다. GMX의 피 수수료는 피크 구간 기준 디파이 전체를 통틀어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이 토큰터미널(Token Terminal) 데이터로 확인된다. 2023년 중반 출시된 GMX v2는 v1의 발목을 잡았던 자본 효율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기 위해 개별 마켓 분리(아이솔레이트) 등 개선안을 도입했다. 그러나 근본적 한계는 남았다. AMM 설계만으로는 대형 거래에서 필요한 가격 발견과 깊이를, 경쟁적인 주문서 시장과 동등한 수준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GMX는 2022~2023년 피크 구간 디파이 수수료 수입 상위 5위에 올랐지만, 가격 발견 한계를 지닌 AMM 구조 탓에 하이퍼리퀴드 같은 CLOB 기반 경쟁사에 거래 비중을 점차 내주고 있다.
2026년 중반 데이터는 이러한 분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AMM 기반 아키텍처에 의존하는 프로토콜들의 시장 점유율은 카테고리 전체 파이가 커지는 와중에도 줄어들고 있다. 다수의 2선 AMM 무기한 선물 DEX는 차별화 수단으로 비전통적 기초자산, 변형 시장 구조, 예측시장·게임성 상품 등으로 축을 돌리는 모습이다. 시장이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바닐라’ 자산 무기한 선물 거래에서는 주문서 기반 구조가 체결 품질 측면에서 이긴다. AMM은 다른 영역에서 비교우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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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쏠림과 생존 방정식
무기한 선물 DEX는 ‘모두가 성장하는 파이’가 아니다. 수수료 수입의 쏠림이 워낙 심해, 코인게코가 집계한 111개 토큰의 상당수는 토큰 인플레이션 없이 개발을 지속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프로토콜 수입만을 올리고 있다.
디파이 전반의 프로토콜 수수료와 매출을 집계하는 토큰터미널(Token Terminal)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3개 무기한 선물 프로토콜이 이 섹터 전체 수수료의 절대다수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2026년 2분기 공개된 수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면, 하이퍼리퀴드와 GMX가 이끄는 최상단 그룹이 섹터 전체 프로토콜 레벨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08개 프로젝트는 남은 파이의 일부만을 나눠 갖는 구조다.
전체 무기한 선물 DEX 수수료의 70% 이상이 상위 3개 프로토콜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코인게코 카테고리에 속한 나머지 108개 프로젝트는 얇은 마진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집중도는 소형 프로토콜에 ‘복리로 작용하는 역풍’을 만든다. 수수료 수입이 부족한 팀은 개발 자금을 재단 보유분 또는 추가 토큰 판매에 의존하게 된다. 토큰 매도 압력은 가격을 누른다. 가격 하락은 유동성 마이닝 매력을 떨어뜨린다. 유동성 부족은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거래량 축소는 수수료 감소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가 닫히는 셈이다. 일렉트릭 캐피털의 연례 개발자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 영역 개발자 이탈 속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세부 섹터일수록 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프로토콜 수익이 지속 가능 한계선 아래로 떨어지면 수익성이 급격히 훼손되는데, 이 구조는 ‘롱테일’에 몰려 있는 퍼추얼(Perps) 프로젝트들의 현실과 거의 그대로 맞닿아 있다.
상위권 밖에서 살아남을 프로젝트는 크게 두 부류로 좁혀진다. 첫째, 상위 거래소들이 외면하는 자산군에 특화하는 경우다. 변동성 상품, 실물자산(RWA) 기반 기초자산, 예측시장형 계약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퍼추얼을 독립 거래소 비즈니스로 운영하기보다, 더 큰 애플리케이션 안에 하나의 기능으로 녹여 넣는 모델이다. 범용 퍼추얼 전용 프로토콜로 ‘단독 상장’해 버티는 사업 모델은, 1위가 아닌 이상 점점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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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지표가 아닌 ‘신호’로서의 미결제약정
퍼추얼 거래소의 건강 상태를 평가할 때 가장 유용한 단일 데이터는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다. 거래량은 세탁거래(wash trading)나 봇 활동으로 부풀리기 쉽지만, 미결제약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실제 자본이 위험에 노출돼야 한다. 트레이더는 증거금을 유지하고, 펀딩비를 지불하며, 방향성 베팅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미결제약정이 꾸준히 증가하는 구간은, 사용자 확신과 플랫폼 신뢰가 동시에 쌓이고 있다는 실질적 신호다.
2026년 7월 14일 기준 코인게코의 디파이 파생상품 카테고리 데이터에 따르면, 옵션과 구조화 상품을 포함한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약 162억 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최신 연간 암호화폐 보고서에서,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가 2023년 3분기 이후 모든 분기에서 현물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미결제약정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인다. 디파이라마(DeFi Llama)의 파생상품 대시보드에 따르면, 온체인 파생상품 전체 미결제약정은 2026년 1분기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2분기 들어 광범위한 시장 조정과 함께 다소 되돌림을 보였다.
체이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온체인 파생상품 활동은 2023년 3분기 이후 모든 분기에서 현물보다 빠르게 증가했으며, 미결제약정 추세는 이 변화가 경기순환이 아닌 구조적 전환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퍼추얼 선물이 현물 가격에 연동되도록 만드는 펀딩비(funding rate) 메커니즘 역시 주요 프로토콜에서 점점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H) 퍼추얼 펀딩비는, 코인글래스(Coinglass)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대부분 기간 동안 바이낸스와 OKX 등 중앙화 거래소의 동종 상품과 큰 차이 없이 좁은 범위에서 움직였다. 이 수렴은 의미가 크다. 온체인과 오프체인 시장 간 베이시스를 메우는 차익거래 세력이 양측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해당 온체인 거래소가 전문 자본이 안심하고 들어올 만한 수준의 유동성과 신뢰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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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과소평가하는 규제 순풍
2026년 7월 중순 보도된 서클(Circle)의 OCC 신탁은행(Trust Bank) 인가 승인은, 온체인 파생상품 시장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지닌 규제 이벤트임에도 상당수 애널리스트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이슈다. 맥락을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기관 투자자의 온체인 퍼추얼 참여를 막아 온 것은 ‘의지’가 아니라 ‘수탁 인프라’였다. 대부분의 규제기관 감독 하에 있는 기관은 자산을 자기 지갑(self-custody)으로 보유할 수 없다. 공인 수탁기관(qualified custodian), 감사된 내부통제, 보유 자산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하다. OCC가 서클의 연방 신탁은행 인가를 승인함으로써, 온체인 파생상품의 주요 담보자산인 USDC 등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연방 인가 금융기관의 수탁 프레임워크 안에 편입됐다. 이는 적지 않은 기관투자가들에게 컴플라이언스 판단 기준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는 변수다.
OCC의 연방 신탁은행 인가는 USD 코인 (USDC)에 명확한 수탁 프레임워크를 부여하며, 규제 기관 투자자들이 온체인 퍼추얼 거래소에 담보를 예치하는 것을 가로막던 핵심 컴플라이언스 장벽을 정면으로 해소한다.
연결 고리는 직접적이다. 다수의 온체인 퍼추얼 프로토콜은 USDC를 기본 마진 자산으로 사용한다. 트레이더는 USDC를 예치해 레버리지 포지션을 열고, 손익도 USDC로 정산받는다. 이때 USDC 발행사가 연방 인가 신탁은행 지위를 갖게 되면, 기관 리스크·준법 부서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진 규제 대상 금융기관을 가리키며 내부 승인 절차를 설계할 수 있다. 물론, 해당 파생상품 자체가 미국법상 증권인지 상품(commodity)인지를 둘러싼 법적 논쟁은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기관 측이 가장 자주 제기해 온 ‘담보자산의 수탁 리스크’라는 장애물 하나는 명확히 제거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각종 공개 자료를 통해 예고해 온 디지털 자산 규율체계 작업도, 2026년 하반기 들어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둘러싼 규제 경계선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명시적인 규제 테두리는 불확실한 상태보다 항상 기관 유입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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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인 유동성과 ‘조각난 시장’ 리스크
디파이 퍼추얼 시장을 짓누르는 구조적 리스크 가운데 시장이 가장 과소평가하는 부분은 체인 간 유동성 분절(fragmentation)이다. 2026년 7월 현재 유의미한 퍼추얼 거래량이 발생하는 실행 환경만 따져도, 하이퍼리퀴드 독자 L1, 아비트럼(Arbitrum), BNB 체인, 솔라나 (SOL), 베이스(Base), 그리고 트레이딩 특화 앱체인 등 적어도 6개 이상이다. 각 체인은 저마다 다른 사용자 풀, 주문 두께, 브리징 비용 구조를 가진다.
시장 미시구조 관점에서 유동성 분산은 대체로 악재다. 깊이 있는 단일 풀 하나가, 얕은 풀 여섯 개보다 언제나 효율적이다. 멀티체인 차익거래자는 체인 간 가격 괴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수수료와 브리지 지연이라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 비용은 결국 일반 사용자에게 슬리피지와 체결 품질 악화라는 형태로 전가된다. DEX 분절 효과를 분석한 SSRN 논문 등 학술 연구는, 명시적 수수료가 낮더라도 유동성이 쪼개진 시장에서는 실질 거래비용이 결국 높아진다는 결론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2026년 중반 기준 온체인 퍼추얼 거래량은 최소 6개 이상의 실행 환경에 분산돼 있으며, 이로 인한 유동성 분절은 애플리케이션 레벨 가스비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환경에서도 체결비용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은 두 갈래로 나타난다. 첫째, 주문을 복수의 체인·프로토콜에 라우팅하는 ‘집계 레이어(aggregator)’가 부상하고 있다. 둘째, 더 근본적인 해법으로, 하이퍼리퀴드 L1과 같이 설계 단계부터 유동성 집중을 목표로 하는 트레이딩 특화 체인이 일반 목적 레이어에서 거래량을 흡수하고 있다. 다중 체인을 전제로 한 추상화(abstraction)보다, 단일 심층 풀로의 ‘집중(consolidation)’이 실제 선택지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1bp의 슬리피지도 레버리지 배율만큼 확대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다른 디파이 섹터보다 퍼추얼에서 훨씬 더 예민하다.
디파이라마의 크로스체인 분석에 따르면, 트레이딩 전용 혹은 전용에 가까운 체인에서 발생하는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 비중은 2024년 1분기 10% 미만에서 2026년 2분기 40%를 상회했다. 시장이 추상화가 아니라 ‘집중’을 통해 조각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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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메커니즘과 시스템 리스크
레버리지가 개입된 모든 시장에는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 중요한 질문은, 디파이 퍼추얼에서 연쇄 청산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중앙화 거래소보다 더 탄탄한지, 아니면 취약한지다. 2026년 현재 답은 ‘혼재’에 가깝다.
긍정적인 면부터 보자. 온체인 청산 시스템은 완전히 투명하고 감사 가능하다. 모든 청산 이벤트가 온체인에 기록되므로, 정교한 참여자는 실시간으로 시스템 건전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청산 대금이 부실 포지션의 부채를 충당하지 못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보험 기금(insurance fund) 잔고 역시, 거래소 재량에 따라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열람 가능한 온체인 데이터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Hyperliquid의 보험 기금은 실시간으로 잔액을 공개하며, 2025~2026년 여러 차례의 고변동성 구간에도 지속적으로 플러스 잔고를 유지해 왔다.
Hyperliquid의 보험 기금은 2025~2026년 복수의 고변동성 구간 내내 플러스 잔액을 유지했으며, 실시간 공개 구조는 불투명한 중앙화 거래소 대비 거버넌스 측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제공한다.
부정적 측면도 분명하다. 상당수 온체인 퍼추얼 프로토콜이 ‘최후의 보루’로 도입한 자동 디레버리징(ADL) 메커니즘은, 손실 포지션을 처리하기 위해 이미 이익을 낸 포지션을 강제로 줄이거나 청산하기 때문에, 수익을 확정했다고 믿는 트레이더에게 꼬리위험을 남긴다. 중앙화 거래소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거래소 자기자본으로 어느 정도 흡수된다. 반면, 보험 기금 규모가 제한적인 디파이 프로토콜에서는 급락장마다 ADL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3월 초 비트코인이 4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15% 넘게 급락했을 때, 복수의 중견급 온체인 퍼추얼 거래소가 온체인 데이터 기준 ADL을 가동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더블록 리서치가 전했다.
이후에도 살아남아 규모를 키운 프로토콜들은 공통점을 가진다. 청산 기준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보험 기금을 충분히 축적한 곳들이다. 반대로 당시 과도한 레버리지 한도를 허용하면서 유동성 깊이에 비해 공격적인 파라미터를 적용했던 프로젝트들은 평판 훼손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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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자금이 ‘본격 진입’하기 전에 필요한 것들
기관 진입 논의는 종종 “들어왔다 vs 아직 안 왔다”는 이분법으로 다뤄지지만, 실제 풍경은 훨씬 입체적이다. 기관 유형마다 요구 조건과 제약이 다르고, 어떤 제약은 다른 것보다 훨씬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크립토 네이티브 헤지펀드와 프롭 트레이딩 업체들은 이미 주요 온체인 무기한 선물(Perp) 프로토콜에서 활발히 거래 중이다. 오더북 깊이와 현물 가격에 맞춰 온체인 가격을 고정시키는 정교한 펀딩비 차익거래 패턴에서 그 존재감이 드러난다. Galaxy Research가 2025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크립토 네이티브 펀드의 34%가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3년 11%에서 급증한 수치다. 이들은 규제 금융기관과 달리 수탁(커스터디) 제약이 적어 자본을 훨씬 기민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Galaxy Research에 따르면, 크립토 네이티브 펀드의 34%가 2025년 탈중앙화 파생상품 플랫폼에서 활발히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3년 11%에서 크게 증가했으며, 다음 단계 기관 유입의 최대 장벽은 커스터디 제약으로 분석됐다.
전통 자산운용사와 은행 계열 트레이딩 데스크가 가야 할 길은 훨씬 험하다. 첫 번째 허들은 커스터디로, OCC 인가를 받은 서클(Circle)의 사례가 일부 해법을 제시했을 뿐이다. 두 번째 허들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인프라다. 대부분의 기관 트레이더는 레버리지, 결제 상계, 포트폴리오 마진을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에 의존한다. 2026년 중반까지, 온체인 무기한 선물 포지션을 전통 금융자산과 함께 ‘완전 통합’ 형태로 묶어주는 풀스택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프라임 브로커는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 이 영역을 향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곳은 FalconX, Hidden Road 같은 크립토 네이티브 프라임 브로커들로, 양측 모두 온체인 venue 통합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세 번째 장벽은 세제와 회계 처리다. 현행 미국 가이드라인상,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각 결제는 잠재적으로 ‘과세 이벤트’로 간주될 수 있다. 하루 수천 건의 포지션을 운용하는 펀드 입장에서는, 전용 소프트웨어 없이는 회계 처리 부담이 사실상 감당 불가능하다. 여러 스타트업이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솔루션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요구하는 기관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을 만큼 인프라가 무르익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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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6개월이 가를 분수령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섹터는 2026년 하반기에 187억 달러 시가총액이라는 실질적인 모멘텀을 안고 진입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양자택일’에 가까운 중대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최소 두 가지의 향배가 향후 두 분기 동안 시가총액이 두 배로 뛸지, 현 수준에 머물지를 좌우할 것이다.
첫 번째 변수는 규제다. CFTC가 대부분의 온체인 크립토 무기한 선물을 SEC가 아닌, 자사의 관할 아래 있는 상품(커머디티) 파생상품으로 정식 분류하는 프레임워크를 내놓을 경우, 미국 기반 기관투자가들의 컴플라이언스 로드맵은 훨씬 선명해진다. 2026년 2분기 CFTC 위원장 발언은 로이터 보도를 통해 확인됐듯, 새로운 규제 틀을 만드는 대신 온체인 파생상품을 기존 규제 울타리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기조를 시사해 왔다. 이 기조가 공식 가이드라인으로 구체화된다면, 이미 KYC 인프라와 지역 제한을 갖춘 선도 온체인 venue들에는 분명한 호재다.
CFTC는 2026년 2분기 발언에서 온체인 크립토 무기한 선물을 기존 상품 파생상품 규제 체계 안에서 다루겠다는 선호를 드러냈으며, 이는 차세대 기관 참가자들의 컴플라이언스 경로를 크게 명확히 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기술적 검증이다. 선도 CLOB(중앙 limit 오더북) 기반 프로토콜은 대규모 기관 물량을 수용하면서도 체결 품질 저하 없이 버텨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Hyperliquid의 L1은 이미 대부분의 프로토콜이 경험하지 못하는 리테일 거래량으로 충분히 ‘실전 테스트’를 받았지만, 초당 수천 건 주문을 뿌리는 알고리듬 전략이 주도하는 기관 흐름은 전혀 다른 스트레스 패턴을 가져온다. 이 부담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때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지금까지의 확장성 주장을 뒷받침할지 혹은 의문을 던질지가 갈릴 것이다.
세 번째 변수는 경쟁 구도다.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중앙집중식 거래소 비즈니스를 헤지하려는 대형 거래소가, 충분한 자본과 인프라, 마케팅 파워를 갖춘 온체인 무기한 선물 플랫폼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혹은 CME Group 같은 전통 금융사가 온체인 파생상품 venue를 론칭한다면, 경쟁 구도는 하룻밤 새 재편될 수 있다. CME의 크립토 파생상품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블룸버그 보도가 보여주듯 최근 수 분기 연속으로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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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섹터의 187억 달러 시가총액과 하루 6억 9,000만 달러 거래 규모는 단순한 밈, 유동성 마케팅, 토큰 인플레이션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레버리지 크립토 트레이딩의 무게중심이 실제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다. 체결 품질 개선, 가스비 급락, FTX 사태 이후 재평가된 카운터파티 리스크, 그리고 중앙집중식 오더북과 ‘프로 트레이더가 진짜 중요하게 보는 지표’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는 전용 트레이딩 인프라의 등장이 이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이 섹터의 단기 궤적은 세 가지 힘의 동시 작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기관 온램프를 넓히거나 좁히는 규제 명확성, 프로페셔널 볼륨에서 CLOB 기반 앱체인 구조의 한계를 입증하거나 확신을 주는 기술적 스케일링, 그리고 온체인 파생상품이 더 이상 ‘틈새 실험’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자본력 있는 신규 경쟁자의 압박이다.
수수료 수익 집중도 데이터를 보면, 다수 자산군에서 이미 ‘승자독식에 가까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향후 6개월간 지배적 위치를 확립하는 프로토콜을 이후에 밀어내기란 극도로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섹터를 추적하는 리서처와 투자자에게 가장 유용한 신호는 가격이 아니다. 시가총액 대비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증가율, 중앙집중식 벤치마크와의 펀딩비 수렴 정도, 그리고 일일 거래량 대비 보험기금 규모가 핵심이다. 이 세 가지를 함께 보면, 특정 프로토콜이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쌓고 있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동성 파도 위에 올라탄 것인지, 어떤 토큰 가격 차트보다 훨씬 명확하게 드러난다.





